<사설>경수로,챙길 일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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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에 대한 경수로공급협정이 가까스로 타결됐다.논란을 빚었던공급범위와 조건,한국의 주도적 역할 등 주요 쟁점(爭點)에서 우리측 원칙이 수용돼 대체적으로 만족할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협정의 타결은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하나는 모호했던북한.미국간 제네바합의사항을 실천할 수 있는 뼈대가 마련됐다는점이다.제네바합의가 목표로 했던 북한의 핵동결과 핵시설에 대한사찰 등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안전조치이 행이 확실하게 된 것이다.제네바합의가 다분히 정치적 성격의 합의였다면 공급협정은 국제조약성격의 협정이라 할 수 있다.또 하나는 북한과의 협상자세에 대한 교훈이다.제네바협정이 성립된 지난해 10월이래 1년2개월동안 북한은 과다한 요구 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배제하기 위해 엉뚱한 조건을 내세우며 여러차례 북-미합의를파기하겠다고 위협해 왔다.그렇지만 우리측의 단호하고 일관된 자세만이 북한의 상투적인 위협을 꺾을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협상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행동양식으로 보아 앞으로 마련해야 할 공급협정의 세칙인 별도약정 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행정적인 협조절차,북한인력 고용문제,우리측 인원에 대한 영사보호문제등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또 경수로가 완성되는 7~10년 의 긴 세월동안 많은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우리로서는 이 모든 일에 경수로공급협상에서처럼 정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단호하고도 일관성있는 자세를 지켜야 할 것이다.
이번 협정의 성립은 경수로를 지어주는 목표로 가는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30억달러가 넘을지도 모를 막대한 재정부담을 해가며 경수로를 공급하는 것은 북핵(北核)동결이 기본목표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남북한교류의 폭을 넓히고,대화와 화 해의 바탕을다지자는데 우리는 큰 의미를 두었다.그래서 제네바합의에까지 남북대화를 규정하고 있다.북한이 이 규정을 이행해야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을 납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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