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갑호비상 발령했지만 우려했던 불상사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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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열린 10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쌓아 놓은 컨테이너 장애물 앞에서 시민들이 비폭력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촛불집회 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10일 오후 8시30분쯤 서울 광화문 네거리. 경찰이 쳐놓은 컨테이너 차단벽 앞으로 집회 참가자 10여 명이 다가갔다. 농민단체 소속 등이라고 밝힌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50㎝ 두께의 스티로폼 20여 장을 컨테이너 앞에 쌓았다. 밧줄도 준비했다. 이들이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기 위해 스티로폼을 쌓자 촛불집회 참가자 50여 명이 나서 ‘비폭력’을 외치며 제지했다. 말다툼이 오갔다. 시위대 쪽에서도 ‘비폭력’을 연호했고, 결국 스티로폼은 치워졌다. 시민 40여 명은 ‘비폭력’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예방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세 갈래로 나뉘어 가두 시위를 벌이던 오후 10시쯤 경찰과 시위대가 합심해 사고를 막았다. 서대문과 독립문을 거쳐 사직터널 쪽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경찰차량에 막혀 멈췄다. 경찰은 전경버스 10여 대로 사직터널 앞 차도를 막았다.

경찰은 “많은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해산해 달라”고 촉구했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던 와중에 시위대 가운데 남자 1명이 갑자기 전경버스로 접근해 기름 탱크의 밸브를 열었다. 기름이 도로로 흘러나왔다. 그러자 경찰이 소화기를 꺼내 분사하고 시위대는 급히 촛불을 꺼 사고를 예방했다.

국민대책회의 측은 이날 촛불집회 현장에 500여 명의 ‘질서유지 자원봉사단’도 배치했다. 대책회의는 9일 ‘평화집회 호소문’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8일 촛불시위에서 쇠파이프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등 폭력시위 양상이 나타났다. 이에 맞서 경찰이 방패를 휘두르면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10일 촛불집회에서는 폭력 사태를 막고 ‘평화 시위’를 강조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서울에 전·의경 221개 중대 등 전국에 3만 명이 동원돼 경비에 나섰다. 전날 ‘갑호 비상’을 발령, 가용 인력을 총동원한 경찰은 서울 세종로 사거리 등 3곳에 컨테이너로 차단벽을 구축해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에 대비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도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글이 속속 게재됐다. ID ‘홍현기’는 “폭력시위는 폭력 진압의 정당성과 촛불의 순수함을 오도하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ID ‘달팽이’는 “폭력이 난무하게 되면 가족 단위 참가자와 여성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쇠파이프를 휘둘러 전·의경 2명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 이모(44·일용직)씨와 윤모(51·노숙)씨를 구속했다. 지난달 촛불 집회가 시작된 이후 시위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글=이충형·이진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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