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 여친들 “비폭력, 비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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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계광장 앞에서 촛불로 탑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대와 대치 중인 전·의경 뒤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시민 80여 명이 모여 있다. 애인이 군복무 중인 사람들의 온라인 모임인 ‘고무신 카페’와 ‘전·의경 부모 모임’ 회원들이다. 전·의경들의 여자친구이자 부모인 이들은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사와 “힘내라”며 전경들에게 건넸다. 이들은 전경들이 다쳤을 때를 대비해 구급약품도 준비했다. 시위대 곁에서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기도 했다.

원래 이들은 전경들 앞에서 전경들을 지키기 위한 ‘폴리스 라인’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경찰 측은 “일부 과격 시위자들에 의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으니 폴리스 라인을 만드는 것을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회원들은 ‘남자친구와 아들들이 더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폴리스 라인을 만드는 대신 뒤에서 전경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기로 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해 전경과 시위대가 마주보고 있는 광화문 네거리에 ‘평화라인’을 만들었다. 장경태 총학생회장은 “시위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폭력’ 글자를 붙인 노끈을 준비해 평화라인을 그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막다 다친 전·의경들에 대한 동정 여론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박모(28·회사원)씨는 “광우병 소를 막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의경한테 화풀이하는 듯한 일부 시위대의 태도는 잘못됐다. 군복무 중인 군인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말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우려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디 ‘쵸쵸야’는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촛불을 들었는지 잊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쟁점은 제쳐놓고 온통 시민, 폭력 경찰, 강제 진압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한은화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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