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탈락 대학 ‘공시스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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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0일 오후 1시쯤 대전시 서구 도마동 배재대 도서관에서 만난 조영인(30·여·법학과 2)씨. 그는 서울 모 대학 무용과를 졸업하고 법관에 매력을 느껴 지난해 배재대 법대에 입학한 만학도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내년 출범하면서 조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조씨는 “사법시험에 도전할 계획이었는데 우리 법대가 로스쿨에서 탈락하고 교육과정도 바뀔 예정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로스쿨 출범으로 법학과가 무의미해져 공무원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과과정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배재대 법학과 김종서 학과장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교과과정 개편에 대한 지침이 내려오는 대로 학과를 공무원 등을 양성하는 학과로 전면 개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의 법학과들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공무원 양성 특성화=배재대는 이르면 내년부터 현재 정원 100명의 법학과를 공공·기업 부문 두 개 전공으로 나눠 특성화할 방침이다. 공공 부문은 학생들이 일반 행정직 7·9급 시험을 비롯해 경찰직·소방직 등 각종 공직 시험이나 자격증 취득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바꾼다는 것이다.

전주 우석대는 법대생의 전공과목은 물론 공무원 시험의 기본 공통과목인 국어·영어·한국사도 교과과목에 포함해 커리큘럼을 구성할 계획이다. 공무원 양성 교육원과 손을 잡고 한 학기 3회 정도 공무원 시험 대비 모의고사를 실시한다. 강의시간에도 수시로 공무원 시험의 문제 풀이를 진행한다. 우석대 류지영 법대학장은 “교내에 설치돼 있는 ‘공무원 양성 교육원’과 연계해 7~9급 일반행정직 공무원이나 경찰관 배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계명대는 경찰직·일반행정직·법원교정직·행정고시 등 4개 트랙을 만들어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계명대 최상호 법정대학장은 “대학본부로부터 6000만원의 특별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1학년 때부터 한 개 트랙을 선택하도록 한 뒤 관련 모의고사와 특강을 통해 시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식 프리 로스쿨(Pre Lawschool)도=대전대는 법학과를 ‘프리 로스쿨과’로 변경한다. 프리 로스쿨은 로스쿨 진학을 위해 치르는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하는 교과과정이다. 이에 맞춰 교과과목도 언어이해·추리논증·논술 등 법학적성시험에 맞게 조정키로 했다. 한림대 법학부는 법무 실무인력을 양성하거나 로스쿨 진학 등의 컨셉트로 운영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이미 로스쿨 진학반 체제를 갖춰 내년 가동키로 했다.

로스쿨 탈락 대학들의 학생들은 이 같은 변신을 반기는 분위기다. 배재대 법학과 이윤섭(28·여) 조교는 “법대에는 사법시험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교과과목 변경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식·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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