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고유가 시대 여름나기 … 기능성 셔츠+노타이가 ‘여름 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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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를 매지 않는 쿨비즈 스타일에선 일반 셔츠보다 칼라의 폭이 0.5~1cm 넓은 것이 좋다. 타이를 대신해 신경 쓴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셔츠의 몸판과 다른 색깔로 된 클레릭 셔츠를 입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포켓치프는 재킷과 비슷한 색이면서 더 옅은 것을 선택하면 세련돼 보인다. 재킷을 따로 장만하지 않으려면 몸판이나 뒤트임 부분에 덧댄 천이 없는 것을 골라 타이를 매지 않고 입으면 된다.

◇도움말=김나라 (로가디스 디자이너)

고유가 시대, 3년 전 일본 정부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시행했던 ‘쿨 비즈(Cool Biz)’가 국내에서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쿨비즈는 여름철 실내 온도를 낮추는 대신,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을 입음으로써 찌는 듯한 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WSJ는 사람들이 넥타이를 외면하면서 미국의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4일자로 보도했다.

◇타이부터 풀어야=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쿨비즈 스타일이 바로 ‘언타이드 룩(Untied look : 타이를 매지 않은 옷차림)’이다. 차이니즈 칼라 등 변형된 칼라의 셔츠를 입거나, 심을 넣어 타이를 매지 않아도 깃의 형태가 유지되는 셔츠만으로 마무리한 옷차림을 말한다. 단 다양한 칼라의 셔츠를 활용할 땐 클레릭 셔츠(Cleric shirt : 몸판과 칼라, 소맷단의 색상이 다른 셔츠)를 입거나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프, 반복적인 모티브 등 컬러 패턴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야 상대방에게 아무렇게나 차려 입은 듯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반면 깃에 심을 넣은 셔츠의 경우엔 턱(밖에서 잘게 잡은 주름), 독특한 절개선 등 포인트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격식을 갖출 수 있다. 드레스 셔츠를 대체할 수 있는 컬러풀한 셔츠 칼라의 피케 셔츠가 요즘 눈에 많이 띄는 것도 같은 맥락. 피케 셔츠의 오톨도톨한 텍스처가 타이의 포인트 역할을 대신해주는 셈이다.

◇기능성 소재로 더 시원하게=‘언타이드 룩’이 패셔너블한 방법을 제시한다면, 기능성 소재로 만든 아이템을 사용하는 건 보다 좀 더 과학적인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언컨 수트(안감을 대지 않아 형태가 자유로운 여름용 수트)를 한 단계 발전시킨 프리미엄 언컨 수트, 다양한 쿨링 기능을 보강한 소재의 셔츠나 팬츠 등이 그것이다. 프리미엄 언컨 수트는 안감, 어깨 패드, 주머니 등 체온이 높은 부분에 땀으로 인한 끈적임을 해결해 주는 특수 소재 메시 트리코트(Mesh tricot)를 사용해 더욱 가벼운 착용감을 제공한다.

이 외에 여러 가지 기능성 소재 또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실용성을 내걸고 있다. 외부 기온보다 0.5~1도 정도 체감 기온을 낮춰 주는 소재, 극세사로 만들어 아우터 한 벌의 무게가 100g 이내에 불과하며 동시에 직조 과정에서 순환 구조의 첨단 공법을 활용해 쾌적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드란치노’, 항균·소취 기능을 갖추고 땀을 빠르게 방출하며 자연 분해까지 가능한 ‘대나무 니트’까지. ‘대나무 니트’의 경우 전년보다 22% 이상 물량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율이 높게 나타났을 만큼 지금 남성복은 쿨비즈 정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센스 살려야 진정한 쿨비즈=제아무리 첨단 과학을 실현하고 있는 소재라 할지라도 실용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한 센스 있는 스타일링을 놓칠 수 없는 법. 버튼 다운 칼라(칼라 깃의 끝을 단추로 고정시킨 칼라) 셔츠를 선택해서 타이 대신 버튼으로 칼라의 모양을 잡아주거나, 타이를 생략한 언컨 수트에 포켓치프로 포멀함을 가미하는 것 등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유난히도 넉넉한 사이즈를 선호하는 한국 남자의 쇼핑 습관은 합리적인 쿨비즈에선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똑 떨어지는 착용감은 말끔한 실루엣을 완성할 뿐 아니라 피부와 밀착, 땀 흡수율을 높여 기능의 완성도 또한 더해주기 때문이다.

◇환경과 관련된 브랜드 만들어야=등장 배경이 ‘에너지 다이어트’인 만큼 쿨비즈가 환경 문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안타까운 점은 해마다 혁신적인 기능을 내세우며 개발되는 쿨비즈 제품들이 본래 지니고 있는 복합적(기능과 환경 문제에 동시에 기여한다는)인 가치에 비해 과소평가된, 소재 자체에 대한 홍보에 그치고 만다는 것. 물론 셀러브리티·패션 아이콘·디자이너들이 만든 리미티드 에디션의 판매 수익금을 전 미국 부통령 앨고어의 환경단체(The climate project)에 전달하는 레니(LENY) 프로젝트나 2007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에나 밀러가 화려한 드레스 대신 선택한 지구온난화 방지(Stop global warming) 티셔츠처럼 요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환경 문제와 관련된 별도의 라벨을 만들거나 지구 기후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쓰는 브랜드의 환경 메시지를 다양한 통로로 전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소비자는 하나의 단순한 구매 활동을 통해서도 지구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대의’를 실천할 수 있고, 기업은 일회적인 구매에서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철학이라는 가치 있는 자산을 쌓아갈 수 있는 셈이다.

글=장경미 헤렌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촬영 협조=로가디스, 박근원(모델·에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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