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 민족수난 묘사 뮤지컬 2편 무대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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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3일 공연에 무대준비기간이 4일」「저명 편곡가 피터 케이시편곡,호주현지 녹음」.
각각 웅장한 무대장치와 음악을 무기(?)로 화제 속에 준비되고 있는 창작 뮤지컬 2편이 드디어 연말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립가무단의 『간도아리랑』(12~14일.세종문화회관)과 에이콤이 제작하는 『명성황후』(12월30일부터.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간도아리랑』과 『명성황후』는 일제를 배경으로 각각 북간도 이주민의 고난과 명성황후 시해사건 등 민족 수난사를 소재로 하고 있어 과연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도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효경(서울예전).윤호진(단국대)교수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뮤지컬 연출가가 각각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 작품이 눈길을 모으는 요인.
연출가 못잖게 원작.극작가의 면면도 쟁쟁하다.『간도아리랑』의원작은 민족문학가 안수길(1977년 작고)씨의 대하소설 『북간도』.여기에 TV드라마 『달빛가족』『딸부잣집』등을 집필한 방송작가 이희우씨가 대본을 구성하고 젊은 극작가 박 은영씨가 각색했다. 『명성황후』는 이문열 원작의 희곡 『여우사냥』을 김광림(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교수가 윤색하고 작사가 양인자가 노랫말을 완성했다.
『간도아리랑』은 간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1880년대부터 1945년까지 비봉촌과 용정을 중심으로 이한복씨 일가 4대가 겪는 수난사를 그린다.『방대한 규모의 원작을 압축,재치있는 무대로 형상화하기 위해 무대장치와 조명 에 심혈을 기울였다』는게 연출가 김효경씨의 설명.백두산 정계비가 솟아오르고 무대 위에 펼쳐질 드넓은 평원과 강줄기의 장엄한 분위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명성황후』(부제:여우사냥)는 민자영이 왕비로 간택된 1866년부터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당한 1895년까지 30년간을다룬 작품.뮤지컬과 오페라의 중간 장르인 「팝 오페라」를 지향,가요 『향수』(노래 박인수.이동원)의 김희갑이 작곡하고 뮤지컬 『캐츠』『지저스 크라이스트…』등의 편곡자 피터 케이시가 편곡을 맡았다.
연출가 윤호진씨는 『비극적 뮤지컬의 긴장과 역동성을 살리는데중점을 두었다』며 『현대적이고 장중한 분위기의 음악이 특유의 흡인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화가 「영민하고도 인간적인」명성황후역을 맡아 열연하며 최근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출연한 홍경인이 고종으로 출연,숨겨진 노래실력을 발휘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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