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창출 이끈 뚝심의 MB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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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선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이상득ㆍ이명박 형제를 15년간 보좌한 이명박 386 참모들의 맏형 격이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비서실 부실장을 맡은 이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온 정두언 의원과 만나 의기투합했다. 두뇌 회전이 빠른 정 의원의 기획력과 등록회원 463만 명의 MB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를 이끈 박 비서관의 뚝심이 찰떡궁합을 이루며 ‘10년 만에 보수 정권 창출’이라는 성공사(史)를 써냈다. 지난해 말 중앙일보 정치부가 펴낸 『이명박 핵심 인맥 핵심 브레인』에 나오는 프로필에 그는 ‘친한 사람’을 정두언 의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박 비서관은 평소 “내 인생의 유일한 목표는 MB 정권의 성공”이라며 이른바 ‘온리 원’(Only one) 정신을 얘기해 왔다. 이런 우직함과 충성심은 사람을 잘 믿지 않는 이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구에서 출마하기를 희망했던 그를 MB는 2시간 동안 설득했다. 대통령의 강권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공천 신청서를 찢어 버렸다.

대통령의 이런 절대적인 신임은 정권 실세 사이에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

현 정부 출범 전 조각과 청와대 인사 작업을 위해 롯데호텔에 베이스 캠프를 차린 박 비서관 팀과 정두언 의원 팀은 상호 협조 속에 그런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이 정치적인 야심 때문에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는 말이 당선인에게 전달되면서 정 의원이 인사 작업에서 배제됐다. 정 의원이 자신에 대한 견제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측근인 박 비서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지면서 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박 비서관은 본인 스스로 ‘5000여 명의 인사 파일을 보고 작업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현 정부 인사를 사실상 주도했다. 정부 출범 이후 기획조정비서관(1급)을 맡아 청와대에서 ‘왕(王) 비서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막강한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과거 청와대 국정상황실 기능에다 민정수석실에서 맡던 대통령실 감찰 업무까지 하고 있다. 청와대 내 거의 모든 회의 결과와 그 후속 조치들까지 그의 손에 최종 취합되고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현재 인사비서관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그의 인사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 비서관 측은 그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입장이다. 그의 보직이 국정 전반을 다루는 분야라는 특수성 때문이지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얘기다.

그의 한 측근은 “정권 초기 밀려오는 당과 정치권의 인사 청탁에 대해 그가 냉정하게 반응했던 것이 당 내외에 적을 많이 만든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 지지도가 급락한 상황에서 이런 식의 갈등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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