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아파트를 반값에 증여한다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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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호 32면

부동산시장의 ‘강남불패’ 신화가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하던 재건축 아파트도 거래가 뜸한 채 하락세를 이어간다. 상황이 이러니 부동산 투자 수익은커녕 보유세 부담이 큰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6월 1일 이전에 부동산을 팔아 보유세를 줄이려던 사람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최근엔 무리하게 시세를 낮춰 매도하느니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61·자영업자)씨도 비슷한 경우다. 2주택자인 그는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부동산 비중을 줄이려 했지만, 팔려 해도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차에 그는 지인에게서 ‘자녀에게 싸게(?) 증여하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를 찾았다.

방법은 이랬다. 대출금이나 전세금이 있는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대출금이나 전세금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증여세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씨는 매도를 통해 주택의 수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증여를 해 세대분리를 하는 것도 보유세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헐값에 아파트를 팔지 않아도 되고, 증여세도 줄일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여겼던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대출금이나 전세금까지 동시에 넘기는 것을 전문용어로 ‘부담부 증여’라고 한다.

하지만 이씨가 놓친 부분이 있다. 줄어드는 증여세 대신 늘어나는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그가 자녀에게 주려는 아파트는 4년 전에 3억원을 주고 샀다. 지금은 가격이 6억원 수준이고 3억원에 전세를 주고 있다. 이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주택의 평가액 6억원 중에서 전세금을 제외한 3억원이 증여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세금 3억원에 해당하는 부분도 자녀에게 넘겨주면 나중에 이를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 여기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대충 계산기를 두드려도 양도세가 7000만원이 넘는다. 결국 증여세는 줄지만 생각지도 않은 양도세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부담부 증여는 잘못 활용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시세차익이 많지 않아 세금 부담이 작고, 향후 상승 가능성이 큰 부동산을 사전에 미리 증여할 때에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구나 최근엔 편법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 국세청이 부담부 증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출금이나 전세금을 뺀 금액에만 증여세를 물리기 때문에 증여세를 줄이면서 부모가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세금 탈루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부담부 증여는 채무까지 함께 증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가 대신 갚아줘서는 안 된다. 이씨의 사례처럼 부담부 증여를 고민할 때는 줄어드는 증여세만 볼 것이 아니라 양도세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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