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내린 직장’ 수사 칼끝은 어디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5호 14면

대검 중수부가 움직이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 이후 2년여 만이다. 5일 해외 유전개발 사업을 담당해 온 한국석유공사 신모 과장을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황두열 전 사장을 출국금지해 놓은 상태. 석유공사뿐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선 석탄공사·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다른 공기업들을 수사 중이다. 감사원은 5일 101개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 감사를 마치고 7개 공공기관 20여 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4월 시작된 검찰의 공기업 수사가 급류를 타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과 인적 청산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정권에서 규명하지 못한 권력형 비리에 손댈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적 목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부정부패 척결의 대원칙 말고는 다른 차원의 고려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목적이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는 정치적일 수 있는 게 수사다. 우리뿐 아니라 선진국에서 검사를 ‘법복 입은 정치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검사가 정치가와 다른 점은 당파성이 아니라 형평성을, 정치논리가 아니라 법 논리를 앞세운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표적 사정’ ‘야당 손보기’ 등의 뒷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이번 기회에 공공부문의 ‘부패 고리’를 수술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신이 내린 직장’의 방만한 경영에 공분(公憤)이 크다. 그렇다고 이번처럼 검찰 조직이 동시에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기획 사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데다 1년 365일 비리를 감시하는 상시(常時) 사정의 큰 줄기를 흩뜨릴 수 있다. 성과가 크지 않을 땐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검찰이 “공기업·공공기관 관련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6월 말이 주목된다. 



▶지난 주
2일 헌재, “공무원의 선거운동 기획 금지는 위헌” 결정
3일 서울고법,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집행유예 선고
4일 정부, 교통법규 위반자 282만 명 특별사면
5일 서울대 ‘미국산 쇠고기’ 동맹휴업
 
▶이번 주
10일 6·10 민주화항쟁 21주년
10~14일 민주노총 ‘쇠고기 총파업’ 투표
12일 삼성 특검 첫 공판 
13일 효순 ·미선 양 사건 6주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