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촛불’든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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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이 촛불집회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민주당은 광주 집회(5일)를 끝으로 독자적 장외 투쟁은 중단하고 서울 시청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 6일부터 본격 합류했다. 당 지도부는 그동안 촛불집회 참석을 의원 개인의 판단에 맡겼지만 이날부터 ‘권고적 당론’으로 격상시켜 참석을 독려했다.

송영길·최재성·이광재·김세웅·김상희 의원 등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 50여 명은 이날 저녁 서울 시청 앞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 규탄과 쇠고기 재협상 구호를 외쳤다. 당 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정세균 의원은 5일 밤부터 시작된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에 합류했으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과 서울광장에서 즉석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정 의원은 개인성명서에서 “우리가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 대안세력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싸우고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뒷걸음질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촛불집회에 합류한 것은 독자적인 장외 집회를 끌고가는 데 역량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열린 광주 집회조차 참석자가 500여 명에 불과했을 정도로 정당 주도형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그래서 장외 투쟁의 동력을 촛불집회에서 얻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민주당은 적어도 대규모 장외 집회가 예고돼 있는 10일까지는 이 기조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당이 ‘거리의 정치’에만 몰두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시민들이 거리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것과 정치인들이 장외 투쟁을 벌이는 것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며 “어떤 문제든 국회라는 장내에서 토론과 협상으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도 장외 국면이 길어질수록 부담스럽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아직 아무런 ‘성의표시’를 안 하는데 야당이 무턱대고 국회로 돌아가긴 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청와대 사의 당연”=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류우익 대통령실장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모두 사표를 낸 데 대해 “쇠고기 굴욕 협상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쇠고기 재협상이 없는 인적 쇄신은 국면전환용 깜짝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차 대변인은 “민주당은 재협상 선언이 나올 때까지 장외 투쟁을 계속 벌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난맥상에 대해 청와대 수석의 사의만으로 수습하려 한다면 오산이며 내각 총사퇴와 재협상 선언만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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