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주말을] 21세기 싱글 여성 스타일을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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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섹스 앤 더 시티 제대로 읽기
킴 아카스·재닛 맥케이브 외 지음
홍정은 옮김, 에디션더블유
240쪽, 1만2000원

  드디어 돌아왔다. 21세기 싱글 여성의 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이들, 캐리·사만다·미란다·샬럿. 피부 탄력은 떨어지고 눈가의 주름은 늘었지만 언니들은 전설의 ‘인디아나 존스’를 누르고 건재함을 확인시켰다

때맞춰 『섹스 앤 더 시티 제대로 읽기』가 출간됐다. ‘싱글 여성과 섹스, 그리고 결혼’ ‘패션과 캐릭터, 그리고 쇼핑’ ‘그녀들의 브런치’ 각 장은 드라마가 영향을 미친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을 적절하게 구분했다. 또 에피소드의 각 장면·대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드라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단, 영화학·여성학 등을 전공한 13명의 공동 저자는 박수 치며 공감했던 장면을 논문처럼 분석한다.

다섯 번째 시즌에 등장한 잭 버거를 기억하는지. 캐리에게 포스트 잇으로 이별을 고한 최고의 ’몹쓸남’ 중 한 명이다. 신간은 캐리가 그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그가 남성성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본다.

“버거가 나타났을 때 까맣고 단단해 보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 흑마를 탄 기사처럼. 남근적 남성성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캐리를 빠져들게 한다.”

네 주인공의 패션에 관한 분석도 빠지지 않는다. 갤러리에서 일하는 샬럿과 변호사인 미란다의 옷차림에 대한 부분이다. “샬럿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말한 상층 부르주아 주부의 이상화된 모습이다. (…) 미란다의 패션은 직업적 페르소나로 결정된다.”

맞는 말일 테지만 와 닿기는 쉽지 않다. 캐리가 수많은 여성들에게 다가간 것은 ‘남성성의 원형’ 같은 딱딱한 용어를 통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캐리는 ‘나쁜 남자’ 때문에 울고 또 울고, 속고 또 속고, 카드 값 걱정하면서 또 긁는 ‘찌질한’ 짓을 수도 없이 하면서 뉴욕의 잘나가는 싱글과 똑같다는 위안과 안도감을 준 것이다. 때문에 감성으로 본 ‘섹스 앤 더 시티’를 이성으로 분석하는 글에 적응하기는 간단치 않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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