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전쟁 趙대표가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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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조순형 대표(右)가 호남 물갈이 공천에 반발해 31일 중앙당 당인 및 대표자 직인 변경등록 신청서를 과천 중앙선관위에 접수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 같은 지역구(익산갑) 선관위에 동시에 제출된 민주당 조순형 대표 측 공천장(左)과 추미애 선대위원장 측 공천장. 중앙선관위는 당 대표로 등록된 趙대표의 공천권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익산=연합]

`공천 취소`로 촉발된 민주당 내분은 31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천장에 찍히는 중앙당 당인(黨印)과 대표자 직인(職印)을 놓고 벌인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싸움이 일단 趙대표 측 승리로 끝났다. 秋위원장의 이른바 `개혁 공천`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로선 여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저녁 전체회의를 열어 趙대표가 제출한 중앙당 당인과 대표자 직인 변경 등록 신청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민주당의 대표자는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趙의원이므로 趙대표의 당인 및 직인의 변경 신고는 적법하고 유효하다"고 밝혔다. 31일부터 당 공천장 등에 반드시 변경된 당인과 직인이 찍혀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내분의 발단이었던 호남 및 수도권 중진 4명의 `공천 취소`는 사실상 무효가 됐다. 이날 선관위 결정에 따라 같은 지역에 민주당 후보 2명이 등록을 신청한 경우 선관위는 趙대표 측에 누가 적법한 후보인지를 묻게 된다. 추미애 위원장의 선대위 측이 공천한 후보가 배제될 것은 뻔하다.

이날 선대위 측의 공천 취소 대상인 박상천(고흥-보성)전 대표와 유용태(서울 동작을)원내 대표, 김옥두(장흥-영암).최재승(익산갑)의원 등 4명은 趙대표가 전날 재발급해준 공천장을 근거로 선관위에 일찌감치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선대위 측이 김옥두 의원 대신 공천한 박준영(장흥-영암)총선본부장도 후보 등록 서류를 접수시켰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선대위는 이날 오전 손봉숙.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을 각각 비례대표 후보 1, 2번으로 하는 등 총 40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한 뒤 중앙선관위에 명단을 접수시켰다. 3번은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 4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에게 배정했다. 당권파로 당초 상위 순번이 예상됐던 김성재 전 총선기획단장 등은 아예 제외됐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조순형 대표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이 또한 무효가 됐다. 모두 변경된 직인과 당인을 다시 찍어야 한다. 趙대표 측은 이날 밤 비상대책위를 열어 새 비례대표안을 짰다. 그러나 당의 공식 기관인 선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아 양측간 협상이 불가피하다. 선대위 장전형 대변인은 "국민이 열망하던 개혁공천이 좌절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했다. 앞서 秋위원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개혁공천을 한 저 추미애는 황산벌에 나가는 계백의 심정"이라고 썼다. 그는 이날 과로로 쓰러져 국회 의무실에서 링거를 맞기도 했다. 秋위원장은 선관위의 결정 소식을 듣고 "당이 죽을 길로 가고 있다"고 혀를 찼다.

강갑생 기자<kkskk@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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