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깨어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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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에이즈 환자들은 워싱턴백악관 앞에서 데모할 때 레이건전대통령의 얼굴에 에이즈환자의 특징인 카포시육종 검은 반점이 가득 찍힌 초상화를 들고 나온다.레이건이 집권하던 80년대초 처음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견됐을 때 제대로 대책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오늘날 에이즈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세계 제1의 에이즈국가다. 지난 6월말 현재 환자수 44만1,528명이다. 수도 워싱턴에만 3,000명이 넘는다.
미국은 90년 뒤늦게 에이즈관련 연방법을 만들고 그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95회계연도에만 71억4,800만달러를배정했다. 그럼에도 화자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영국은 에이즈 대책에서 비교적 성공한 나라다. 처음부터 에이즈를 질병차원이 아니라 사회문제 차원으로 승격시켜 전국민에게 경각심을 촉구했다. 대처전총리는 '에이즈정책 우등생'이었다.
지난 6월말 현재 영국 에이즈 환자수는 1만698명으로 세계21위다.
「현대의 페스트」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81년이다.그후 14년동안 맹렬한 기세로 확산,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있다.지난 6월말 세계 에이즈 감염자는 2,000만명을 돌파했다.지금도 매일 6,000명씩 늘고 있다.유엔의 세계인구백서는오는 2000년 세계 질병이유의 3.3%를 에이즈가 차지할 것이며,매년 180만명이 에이즈로 사망할 것으로 전망한다.또 세계보건기구(WHO)발표에 따르면 에이즈 발병의 주무대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2 000년에 가면 아시아지역 에이즈 감염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리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말 현재 공식 감염자수 497명을 기록하고 있다.그중 절반이 내국인(內國人)간 성접촉에서 감염됐다.
소위 에이즈 토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정부당국의 대책은 아직 미온적(微溫的)이다.한해 예산 18억2,000만원으로 세계 최하위다.불건전한 성행위에 콘돔 사용 당부,환자.감염자들에게 한달에 한번 「안부전화」를 하는 게 고작이다.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다.이날 보컬팀 「하얀소리」가 에이즈 예방노래 『깨어나라』를 선보였다.에이즈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지금 정말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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