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럼>YS의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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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을 돌파하기 위한 YS 승부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노태우(盧泰愚)씨의 비자금 수사를 통해 5,6공 세력을 철저히 사정(司正)하고 5.18특별법을 통해 군부통치에 대한 단절과 개혁정치의 제도적 완성을 이룩함으로써 총선을 돌파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총선전략이 비밀리에 깜짝쇼처럼 진행되는 바람에 헌법재판소가 망신을 당하고 검찰의 꼴이 우습게 되었으며 법은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었다.헌법재판소는 5.18 내란죄의 공소시효만료결정을 선고하려던 날 그 선고의 근거가 상실되었음 을 공표하게되었다.헌법소원의 제소자들이 헌재(憲裁)를 불신해 소원을 취하해버렸기 때문이다.검찰은 검찰대로 「성공한 쿠데타」를 벌할 수없다는 논리를 뒤집어 「실패한 쿠데타」는 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12.12와 5.18의 헌정(憲政)파괴와 군사반란 범죄를 처단하고자 하는 쪽이 위헌과 소급입법의 부당성에 휘말리게되고,징벌의 대상인 전두환(全斗煥)씨등 신군부측이 법대로 하자고 주장하는 기묘한 법왜곡현상에서 벗어나 역사적 정의를 정당하게 실현하고자 한다면 특별법과 개헌은 불가피할 것이며 개헌의 바탕위에서 법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긴요한 수순일 것이다.
군부의 잔존세력과 3당합당을 하고 5.18의 심판을 역사에 맡기자고 했던 YS가 그런 과업을 추진하게 된 상황은 어쩌면 역사의 교지(狡智)일지 모른다.
그러나 5.18특별법이 결코 여당의 일방적 전리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하다.실제로 정부가 5.18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은 그들의 총선전략이기 이전에 교수.학생.시민과 인권단체들의 광범한 서명과 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런 의미에서 5.18특별법은 또 하나의 국민승리며 제2의 6.29라고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특별법의 발의를 여야가 공동으로 하거나 개헌할 경우 헌정파괴행위를 단죄하는 내용만으로 한정된 개헌안을 국회의 이름으로 공동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침으로써 그 공을 국민 모두의 것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같은 특별법의 제정과 개헌은 여야의 공동작업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수순으로 움직여간다 해도 앞으로의 정국흐름은 대단히 급박하고 기복이 극심할 것이다.
全씨등이 특별법에 따라 다시 검찰에 소환되고 법정에 선다면 그 파문은 적지않을 것이다.
특별법에 따라 쿠데타의 주모자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는 절차가 이뤄질 것이다.全씨측은 위헌제소를 할 것이 빤해 법리다툼도 만만찮을 것이다.
거기다가 정치인들에 대한 사정이 겹치면 15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벌어질 3,4월은 아마도 벌집 쑤셔놓은 꼴일 것이다.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국가의 동요를 걱정하고 법의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5.18특별법 의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 사회에 군사통치의 유제(遺制)가 너무뿌리깊으며 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일부 순수한 법체계의 옹호론자들이 법의 형식적 훼손을 걱정하는 것은 소급입법이나 초법적 조치가 잦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부메랑효과 같은 것 때문이다.그러나 다른 한쪽의 우려는 그 바닥을 캐보면 3공 이래의 군사통치와 5공이 그들 의 정권을 보위하기 위해 구성했던 군-법-언 유착체제의 자체 기득권 훼손에대한 우려라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아마도 다음 선거의 가장 중심 이슈는 청렴성과 도덕성일 것이며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수 있는 시대성과 같은 것이 기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느 당이 이에 맞는 인적 청산과교체를 제대로 이뤄내는가에 있다고 본 다.
아직 일부에서는 강한 지역성만을 총선의 밑천으로 삼고자 하는퇴영적 움직임이 없는 바가 아니며, 이를 겨냥해 자해적 책략을강구하는 움직임마저 엿보이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런 데 있다.시대적 요청에 따른 개혁을 여당이총선의 정략적 수단으로서만 선점하려 하고,야당이 그것을 역시 구시대적 투쟁방안으로만 맞선다면 정치개혁의 본질에서 크게 빗나가는 꼴이 될 것이며 결코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편집국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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