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보장제도 개혁 정부.시민 극한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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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랑스가 심각한 파업과 시위의 열병을 앓고 있다.공무원 중심의 총파업은 이달들어 14,24,28일등 세차례나 이어졌고 국철과 지하철 근로자들이 29일 6일째 파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파리를 비롯한 전국이 이른 새벽부터 교통 대란을 겪어야 했다.
대학생들도 지난 21일에 이어 30일 두번째 맹휴(盟休)를 강행할 계획이다.특히 다음달 17일에는 각종 노동단체들이 근로자.연금생활자.실업자.학생등을 총동원한 사상 최대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어 한치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 닫고 있다.
시민들의 불만은 지난 15일 알랭 쥐페 총리가 발표한 사회보장제도 개혁안 때문이다.2,300억프랑의 빚에 허덕이는 사회보장제도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개혁안으로 골자는 세수(稅收)증대였다. 이제까지 면세혜택을 받던 수입을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고 거의 모든 소득에 대해 0.5%의 세금을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부과하는 사회부채상환세(RDS)를 신설한 것.
그러나 계속된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온 시민들은 정부의 실정(失政)을 국민의 부담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파업에 나섰다.
공무원등 공공기능 종사자들은 이 개혁안에서 지금까지 37.5년만 일하면 완전한 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40년으로 연장하는데 더 발끈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소요는 더 큰 위험요소를 잠재하고 있다.농성과 수업거부는 현재 전국 20여개교로 확산되고 있다.정치적 이념을 배경으로 한 지난 68년의 학생폭동사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곧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찾지못한 젊은이들이 최근 실업의 피난처로서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80년까지 85만명이었던 학생수는 지난해 258만명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시민과 학생의 폭발을 두려워하면서도 봇물처럼 쏟아지는시민과 학생들의 요구에 양보하거나 굴복할 경우 악순환이 계속될것을 우려,강경책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길로 계속몰리고 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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