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訴취하결정 뒷얘기-卞고문 民辯 취소결정에 큰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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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18 특별법 정국에 새국면을 몰고온 헌법소원 취소결정은 소송당사자인 광주항쟁동지회등 3개 단체의 소송대리인이 속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民辯)과 민주당등 정치권의 담합으로 이뤄졌다. 숨가쁜 소(訴)취하의 본격적인 시발점은 28일밤 안양에 있는 고영구(高泳耉)민변대표 사무실에 민변소속 변호사들이 긴급 구수회의를 가지면서부터.모임에는 高대표를 비롯,유선호(柳宣浩).천정배(千正培)변호사등 헌법소원을 낸 3개 단체 대리인들이 모였다.이들은 『헌재의 결정은 5.18특별법제정에 장애가된다』고 우려하고 『헌재판단이 없는 상태가 국민이 원하는 특별법제정에 유리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
그러나 민변이 이같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에는 헌재재판관을 지낸 변정수(卞禎洙)국민회의 고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卞고문은 당초 국민회의 군포지구당위원장이기도 한 柳변호사등에게 소송연기신청을 내라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이를 갖고 민변에 의사를 타진한 柳변호사등은 민변측이 『차라리 헌재주심을 바꿔달라는 재판관기피신청을 내는 것이 좋겠다』고 하자 이를 다시卞고문에게 제시했다.그러나 卞고문이 『그건 안된다.그러면 아예소를 취하하라』고 했고,28일 밤 민변모임에서 최종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와별도로 특별법제정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있던 민주당은 29일 당무회의에서 이들 단체와 별도로 이부영(李富榮)전의원과 장기욱(張基旭)의원 명의로 독자적으로 냈던 헌법소원 취하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소취하 아이디어 제공자는 李전의원.그는 당초 광주에 갈 예정이었으나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당무회의에 참석했다가 『헌재판결이 특별법제정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며 소취하를 제의했다.
이때 뚜렷한 묘책을 찾을 수 없었던 민주당은 『좋은 방법』이라고 반겼고 민주당 5.18특별법제정특위위원장이자 소송대리인중의 한 사람인 張의원이 이같은 당무회의 결정을 민변측에 통보했다. 국민회의 신기하(辛基夏)총무도 이날 민주당 이철(李哲)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양당의 소취하방침을 서로 확인,이심전심(以心傳心)의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걸림돌은 「김대중(金大中)내란음모사건 피해자」단체 명의의 소송당사자중 한사람인 민자당 이신범(李信範)부대변인의 승낙여부.같은 소송당사자인 국민회의 설훈(薛勳)부대변인의 접촉을받은 李부대변인은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나는 소 취하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오후들어 『좋다.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소를 취하하겠다』고 입장을 바꿈으로써 이날 오후4시 일괄적인 소취하가 이뤄지게 됐다.
高민변대표는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에 『편법이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정치적 의도는 없다.순수한 결정이다.대통령이법제정의지를 확고히 갖고있고 국회교섭단체들도 찬성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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