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백만장자처럼 파트타임으로 살아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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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백만장자의 꿈을 현실화시키기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파트타임 백만장자로 만족할 수만 있다면 그 꿈을 실현하기란 훨씬 쉬워진다. 지분 소유권이란 낯선 서비스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면서 파트타임 백만장자의 꿈은 점차 당신이 꿀 수 있는 꿈이 돼 가고 있다.

백만장자의 꿈을 꾸는 당신. 열심히 일하며 부지런히 돈을 모은다. 그러나 돈이 돈을 부르는 현실 앞에서 부자의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리 없는 자녀 교육이나 편안한 노후 정도면 족하다며 애써 만족하려 한다.

그러나 영화 같은 삶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대박의 행운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중산층을 조금 넘어서는 재력이 있다면 백만장자의 삶이 가능하다. 백만장자라면 갖춰야 할 자가용 비행기와 요트부터 생각해 보자. 4000만원 정도면 5인승 자가용 비행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연 100만원에 15인승 요트를 즐길 수도 있다.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일시적으로 쓰는 지분소유권=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자가용 비행기 구매 및 관리 대행업체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비즈니스 제트기 중 가장 작다는 5인승 미국산 ‘이클립스500’을 제 돈 주고 혼자 사려면 2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럿이 같이 산다면 얘기가 다르다. 보통 10~16명(계좌) 정도가 공동 구매를 하는 방식이다. 한 계좌를 다시 4명이 공동으로 구입할 경우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다만 공동으로 사 쓰는 만큼 이용 시간에는 제한이 있다. 16인(계좌) 공동 구매시 1인(계좌)당 약 50시간을 사전 예약해 쓸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일본이나 중국을 20회가량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로하스개발과 펀스카이 등이 이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일시적으로 쓴다. 대신 값싸게 산다는 것이 지분 소유권(fractional ownership)의 개념이다. 1980년대 후반 미국 항공업계에서 탄생한 이 방식은 비싸지만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 거의 모든 자산으로 점차 확산되는 중이다. 이는 기존의 콘도나 골프 회원권 서비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회원권(membership)이 이용 권한을 소유하는 반면 지분 소유권은 아예 자산의 소유권을 공동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분 소유권은 비행기나 요트, 고급 리조트처럼 극히 비싼 자산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매매나 양도가 가능한 것은 두 서비스 모두 같다.

◇요트·와이너리·감귤농장까지=인포마린 요트사업부가 전개하는 요트회원권 분양은 지분 소유권이라기보다는 회원권 분양에 가깝다. 연 100만원(첫해는 200만원)을 내고 회원이 되면 침식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15인승 크루저급 요트(침실 2개·욕실 2개·응접실·주방)를 이용할 수 있다. 대신 운항 유류비는 부담해야 한다. 4시간 기준으로 대개 6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이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비행기나 요트 외에 부동산 지분 소유권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주요 특급 호텔의 레지던스 클럽이나 호텔형 아파트 등이 좋은 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휴양지의 이런 시설들에 대해서는 종종 국내에서 투자 설명회가 열리기도 한다. 가격은 대상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외에서 부동산 지분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 사업 시행자의 신용이나 해당국의 지분 소유권에 대한 법적 기반이 탄탄한지를 꼼꼼히 살펴보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한 가능하면 믿을 만한 해외 중개업소를 통해 지분 소유권을 구입해야 한다.

국내에서 최근 뜨고 있는 지분 소유권 분야가 와이너리(winery·포도 농장)다. 이미 미국에서는 프랑스 와이너리 인수 붐이 불고 있다. 신대륙 와인의 득세로, 최근 몇 년간 프랑스 와인업계는 극심한 위기를 겪어 왔다. 그 결과 많은 와이너리가 매물로 나왔다. 이를 주로 미국 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이 와중에 생존을 모색하는 일부 프랑스 와이너리들이 지분 소유권 방식으로 다수의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중 일부는 와인 시장이 급성장 중인 한국에서도 구매자를 찾기 시작했다.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와이너리 구매자를 찾아주는 한 업체는 한국에 사무실을 두고 최근 국내 광고를 시작했다. 약 9000유로(약 1500만원)를 낼 경우 포도밭의 일부 지분(33㎡ 내외)을 이전해 준다는 내용이다. 지분을 갖게되면 할인된 가격으로 와인 여행을 할 수 있는가 하면 해당 와이너리에 속해 있는 고성에서 숙박을 하는 등 이색적인 경험을 즐길 수도 있다.

이도 저도 힘들다면 4만원으로 제주의 감귤농장 주인이 되는 것은 어떨까? 아시아나항공과 제주도가 7월 중순까지 벌이고 있는 감귤나무 한 그루 갖기 운동 캠페인이다. 3만9600원을 내면 1년간 감귤나무 한 그루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신청방법은 간단하다. 전화(1544-1346)로 감귤나무를 사들이면 된다. 그러면 3일 이내에 실제 감귤나무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받아 볼 수있다. 11~12월 수확기 제주를 방문해 이 나무에서 감귤(방문시 30kg, 택배 배송시 15kg)을 수확할 수도 있다. 그 밖에 펜션이나 호텔의 무료 숙박권을 포함해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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