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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엄마와 함께 하는 유아 과학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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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종이에 물감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변하죠?”

아이들이 신이 나서 대답했다.

“마른 종이보다 빨리 스며들어요.” “색이 저절로 섞여요.” “물 때문에 계속 번져요.”

전영희 교사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마른 종이를 사용했을 때와 어떤 점이 다른지를 얘기하다 보면 재료의 특징과 색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유아들이 과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는 없을까? 아이를 ‘과학 영재’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직접 가르치자니 과학 지식이 부족하고 아이에게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조형숙 교수는 “과학 교육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라”며 “아이들에게 ‘왜 그럴까?’라는 호기심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과학 교육 방법을 들어봤다.

◇“주방에서 과학 교육할 수 있다”=조 교수는 “아이에게 과학적 이론이나 개념을 가르치기보다는 과학적 경험을 하게 하면 된다”면서 “그런 아이가 호기심도 많고 창의력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이들이 4~5세부터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느끼는 공간과 재료로 과학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주방에서 요리 재료로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과학을 공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벼의 열매를 찧으면 쌀이 나오고 물을 붓고 열을 가하면 밥이 된다는 걸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아이와 직접 밥을 지어보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라는 말이다. 재료를 자르고 섞으면서 물리적 조작을 배우고, 끓이기·얼리기 등 열을 가감하는 과정에서 물질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작품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적 개념이나 과정을 다룬 책이면 된다. 예컨대 어떤 주인공이 눈을 경험하는 내용을 담은 『눈 오는 날』(비룡소)로도 물에 대한 속성을 배울 수 있다는 식이다. ‘주인공이 밖에서 가져온 눈은 어디로 갔을까?’ ‘얼음으로 만든 팥빙수를 녹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아이와 묻고 답하다 보면 온도 변화에 따른 물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종이나 인쇄물·사진을 오려붙이는 콜라주 놀이도 해볼 만하다. 그 과정에서 균형 잡기나 공간적 추론을 하기 때문이다.

◇“연령에 맞는 과학 경험 쌓게 하자”=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이 많은 5세 때는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냄새를 맡게 한다. 또 음식물이 몸속에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배 속 탐험을 다룬 이야기책을 읽어줘도 좋다. 이때 각 기관에서 음식이 어떻게 변하는지, 몸 밖으로 어떻게 배출되는지 설명해 주면 된다. 몸속을 그린 그림판으로 음식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보여보면 아이가 흥미로워 한다.

6세가 되면 관심의 범위가 넓어져 낮과 밤, 해와 달의 관계, 우주로 관심이 뻗어나간다. 이때는 직접 실험을 해서 궁금증을 해결한다. 손전등을 비춘 상태에서 아이가 빙글빙글 돌며, 빛이 보일 때는 낮, 뒤를 돌아 빛이 보이지 않으면 밤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면 쉽게 지구의 자전을 깨달을 수 있다.

7세 전후에는 자연에 대해 더욱 깊이 알려고 한다. 이때는 나무 그림 네 개에 각 계절에 볼 수 있는 다른 모습의 나뭇잎을 붙이고 계절별로 달라지는 나무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자연환경이 달라진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도할 때 주의사항=“아이가 ‘왜?’라고 물었을 때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대충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호기심을 갖다가도 더 이상 알아보려 하지 않거든요.”

조 교수는 부모가 모르는 문제가 발생할 때 함께 알아보자고 제안한 뒤 책을 찾거나 실험을 해보라고 말한다. 답을 빨리 알려주기보다 아이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창의력을 키우는 한 방법.

너무 자주 캐묻듯 질문하는 것도 피할 일이다. 아이의 사고를 방해하고 탐구 활동에 흥미를 떨어뜨리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는 구체적으로 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얼음보다 따듯한 창가에 놓아둔 것이 왜 더 빨리 녹을까?’처럼 차이를 비교해 추론할 수 있는 질문이 적합하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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