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블로그] 노무현 사저 땅값 1년새 49배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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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간 고향마을입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퇴임 후 거처를 서울이 아닌 곳으로 정하는 아름다운 선례를 남겼습니다.

재임 중보다 퇴임 후 더 사랑받는 '대통령'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지난 2월 퇴임 전후부터 관광객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한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에는 지금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성(姓)을 쓰는 기자도 퇴임 직전인 지난 2월 23일 그곳을 다녀왔습니다.

마을 동남쪽 봉화산에 오르면 동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산 정상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곳 맞은 편 야산 아래 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지어져 있습니다. 본산리 30-6.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살았던 생가 바로 뒤에 있습니다.

대지 3991평방미터에 건물면적 1277평방미터 지하1층, 지상1층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사저가 들어선 땅 3991평방미터를 평수로 계산해보니 약 1200평이 되더군요.

노 전 대통령은 이땅을 2006년 10월 1억9455만원에 구입했습니다. 대통령 재임 때 이미 퇴임 후 거처를 결정한 것이죠. 현재 이 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전국 2955만 필지의 공시지가가 지난달말 공시되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선 땅은 1평방미터에 12만9000원이더군요.

'본산리 산9-1'인 이 땅은 원래 임야였습니다. 넓이가 4290평방미터인 이 임야는 건물이 완공되기 직전에 3991평방미터가 '대지'로 전환되었습니다. 지번은 본산리 30-6으로 바뀌었습니다.

공시지가는 1월1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개별 공시지가를 확인하는 사이트에는 아직 노 전 대통령의 사저 땅 지번은 '30-6'이 아닌 '산9-1'로 되어있습니다.

이 땅의 지난해 공시지가는 1평방미터에 2640원이었습니다. 3991평방미터 대지의 올해 총 공시지가는 5억1483만원입니다. 임야에서 대지로 바뀐 이 땅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 1년새 48.9배로 뛰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구입한 가격인 1억9455만원과 비교하면 2.6배가 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아래 생가(본산리 30번지)가 있습니다.
30년 가까이 이 집에서 살던 노부부는 지난 4월 정든 집을 떠났습니다. 노 전 대통령 고교동창에게 이 집을 판 것이죠. 두분 노부부는 지난 6년간 정말 힘든 생활을 보냈더군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관광객들이 "생가를 한번 보겠다"고 몰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거의 매일 안방을 열어놓고 살았다고 합니다. 청력이 안좋은 남편분은 한때 '노이로제'에 시달리다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때 집대문을 걸어잠그기도 했지만 관광객들의 성화로 다시 집을 개방했습니다.

기자는 2005년 방문때 그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지만 수수한 시골 할아버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에 만났을 때는 많이 늙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매일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다보니 건강을 돌볼 틈이 없었던 것이지요.

김해시청 그리고 봉하마을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봉하마을을 방문하실 기회가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뵙고 또 사저를 구경한 후 시간 나시면 이
노부부도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길 건너편에 집을 다시 지어 고향을 계속 지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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