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개인수입 붐 소비空洞化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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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달러당 100엔 언저리의 엔고(円高)기조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일본에 「개인수입」붐이 일고 있다.다단계 마진이 붙은 수입상점 물건 대신 카탈로그나 PC통신으로 상품정보를 얻어 외국에 직접 주문을 내는 가정이 급속히 늘고 있다.
우편.운송 요금을 물더라도 시중 수입품보다 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주간지 니케이(日經)비즈니스는 최근 특집에서 산업시설의 해외이전으로 인한 「생산 공동화(空洞化)」에 이어 일본 유통업의 「소비 공동화」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통신판매회사인 LL빈은 작년 한해 일본에 100억엔어치를 팔아 실적이 4년전보다 7배 급신장했다.세계 각국 통판(通販)회사들의 카탈로그를 모아 전시하고 있는 도쿄 제품수입촉진협회에는 92년 한해 9,000명 정도였던 방문객이 이젠3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500여개 디렉트메일(DM)판매회사들은 요즘 일본을 집중공략하고 있다.LL빈을 비롯한 상당수 외국통판 회사들이 일본인의 주문이나 클레임에 대비해 앞다퉈 일본말을 할 줄 아는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혼자서 「전자쇼핑」이나 「우편쇼핑」을 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DIY개인수입포럼」「마이크로 로지스틱스」같은 개인수입 대행 전문업체도 다수 생겨났다.
종합상사나 신용카드회사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개인수입 시장을 외면하지 못한다.미쓰이(三井)물산은 지난 9월부터 인터네트에 관련 홈페이지를 개설했고,카드업체인 JCB는 고객에 발송하는 팸플릿에 해외업체들의 카탈로그 정보를 수록해 개인수입 주문을 대행하고 있다.
개인수입 품목은 보석.가구등 고급품에서부터 의류.커튼.조명기구.안경렌즈.책.와인등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제품수입촉진협회 관계자는 『80년대 후반과 달리 고급브랜드보다 5,000엔이 안되는 실용품쪽으로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현재 20대 직장여성이나 30~40대 주부들이 개인수입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PC통신이 보편화되면서 고객층이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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