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의 위력은?… 명중하면 장파열ㆍ뇌진탕으로 목숨 잃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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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1일 시위 참가자 중 물대포에 맞아 고막이 파열된 부상자도 있다고 발표했다. 또 여고생 실명 위기설까지 나돌았다.

그렇다면 거리로 진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대에 맞서 경찰이 쏜 물대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명영수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은 1일 브리핑에서 “물대포는 경찰이 사용하는 시위 진압용 장비 가운데 가장 안전하며 신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며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압은 보통 10m 떨어진 곳에 있는 시위대를 향해 똑바로 쏠 때 1,000rpm, 15m일 때는 1,500rpm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이 정도의 수압은 성인 남성이 맞았을 때 멍이 들 정도의 통증이 느껴지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장비관리규칙 제82조에 따르면, 살수차의 물대포는 발사각을 15도로 유지해야 하고,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에 직접 쏘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한국일보 3일자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시위진압용 살수차와 화재 진압용 살수차는 다르지만 현장 동영상으로 확인한 결과 10kgf/㎠정도의 압력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위진압용 살수차는 화재진압용 방수포처럼 지붕에 대포처럼 설치돼 있는 수관을 통해 물을 발사하며 압력 증가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수압을 조절한다.화재 진압시 5층 건물의 불을 끄기 위해 10kgf/㎠의 수압을 사용하는데 거리나 배관 굵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머리에 명중할 경우 즉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압력이면 왠만한 유리창은 쉽게 깰 수도 있다. 물대포에 맞아 시위 참가자가 길바닥에 쓰러지거나 옷이 찢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경희의료원 응급의학과 최한성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10kgf/㎠정도의 압력이면 주먹으로 강하게 가격하는 것과 비슷한 통증을 느낀다”며 “물대포를 발포하는 순간 압력은 더욱 크게 느껴지므로 처음 맞게 되는 사람은 몽둥이로 내리쳤을 때 느끼는 것보다 더 심한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뇌진탕, 장파열, 안구파열, 코뼈 골절 등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장파열을 방치할 경우 나중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물대포의 힘이 얼마나 센가 하면 보도 블럭이 깨질 정도다.

한양대 응급의학과 강현구 교수는 “타박상은 기본이며 안구에 맞을 경우 전방출혈과 각막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안면골 골절, 기흉, 갈비뼈 골절 등이 예상된다”며 특히 “뺨만 맞아도 고막은 파열될 수 있는데 이 정도 압력이 가해진다면 심각한 손상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물대포는 멍이 들고 빨갛게 부어오르는 타박상을 일으키며 눈, 귀, 얼굴 등 한 곳에 집중적으로 맞을 경우 각막 손상, 고막 파열, 장파열, 골절 등을 유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1989년에 처음 국내 도입한 시위 진압용 물대포(water cannon)는 이스라엘제. 현재 14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촛불 집회 현장에 5대가 출동했다. 물대포의 가격은 1대당 4억여원. 2000년 이후 2억 1000만원으로 값이 내렸다. 한 대에 담을 수 있는 물은 8t이다. 물대포의 직경은 소방호스보다 훨씬 크다. 연속해서 물을 발사할 수도 있고 끊어서 쏠 수도 있다. 세차게 분사할 수도 있고 분말식으로 흩뿌릴 수도 있다.

물대포가 처음 발명된 것은 소방선(消防船) 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다. 선박이나 물에 인접해 있는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었지만, 물대포를 도입하면서 쉬워졌다.

물대포를 시위 진압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미국의 학생 시위 현장에서다. 소화기, 최루탄, 곤봉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핑크색 염색약을 섞어 시위대에게 쏘아서 가두 시위에서 지나가는 행인으로부터 시위 적극 가담자를 색출해 연행하는데 쓰기도 한다.

2007년 5월 6일 니콜라스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반대파들이 벌인 시위현장에서 사용됐다. 같은 해 호주에서는 APEC 정상회의 반대 시위 진압용으로 물대포를 구입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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