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개헌 공론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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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사진) 법제처장은 2일 “18대 국회에서는 개헌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행 헌법은 21년을 유지해 온 최장수 헌법”이라며 “따라서 헌법 전반에 대해 손질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헌정사를 보면 그간 개헌은 정치권이 권력 구조 개편만을 위해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그러다 보니 국민의 입장에서 투명하고 광범위하게 개헌이 논의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력 구조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의 논의 구조와 관련, 그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학계·민간단체 등이 광범위하게 논의를 해서 신중하고 투명하게 개헌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처장은 촛불집회와 관련해 “이런 상황까지 온 데 대해 정부 각료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치의사 형성 과정에 국민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는 쌍방의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제처가 최근 추진 중인 법령 개폐 작업과 관련, 그는 “공직사회의 권한 제일주의가 이 정도로 심각할지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국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법령의 개폐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각 부처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처장은 특히 “각 부처는 법령에 의해 부여받은 권한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 역력하다”며 “이는 곧 국민에 대한 통제를 계속하겠다는 밥그릇 싸움의 다른 형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세무조사 기간 법령화와 접대비 범위 명문화 등 법제처가 내놓은 법령 개선안에 대해 해당 부처들은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60년 동안 법을 만들기만 했지 정비를 하지 않아 국민들은 법이 쳐 놓은 유무형의 그물에 갇혀 살고 있다”며 “장·차관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도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법령의 개폐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령 정비에 대해 이 처장은 “과거에 실시됐던 법령 정비는 보완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제는 그 법령이 꼭 필요한지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현행 법령 중 폐지할 게 있음을 시사했다. 이 처장은 “법률 개폐 작업의 일환으로 파주시가 이화여대의 캠퍼스 건립 승인 때 적용한 ‘선(先) 승인, 후(後) 법적 절차 이행’이 상시적으로 가능토록 법률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지난 3월 이화여대가 캠퍼스 건립 신청서를 제출하자 차후에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이행할 것을 약속받고 시장 재량으로 6시간 만에 사업 승인을 해줬다. 파주시의 이런 승인 절차가 법률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공장과 학교 설립 등을 위한 사업 승인 기간이 현재 15개월에서 하루 안팎으로 단축될 수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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