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연기’ 이끈 여당 초선들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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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에서 의원으로 신분이 바뀐 초선들은 매서웠다. 18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2일 한나라당 의총에서 새내기 의원들은 밑바닥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발언한 의원은 모두 20명. 이 중 남경필(4선) 의원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초선이었다. 이들은 쇠고기 재협상 문제에서부터 인적 쇄신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의총 결과 한나라당은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관보 게재 연기’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고, 정부는 결국 이를 수용했다.

18대 국회 집권당의 첫 의원총회가 연기의 분수령이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의총에서 남 의원을 비롯한 7명의 의원이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은 “‘국가신인도를 택할 것이냐, 국민의 신뢰를 택할 것이냐’라는 선택의 문제에서 국민적 신뢰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정무부지사 출신인 김성식(서울 관악갑) 의원은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은 지양돼야 하고 효율만 따지면 사회적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촛불시위 상황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도 초선들에겐 비판 대상이었다.

비례대표인 손숙미 의원은 “국민을 달래야 하며 국민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고, 조전혁(인천 남동을) 의원은 “국민에게 지는 일밖에 없다”고 말했다. 빈민운동가 출신인 강명순(비례대표) 의원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인적 쇄신론도 제기됐다. 김효재(서울 성북을) 의원은 “신뢰 회복을 위해선 국민의 뜻을 따르는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등용하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석호(경북 울진-영양-봉화-영덕)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야당의 의원총회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난상토론을 하니 정리가 많이 된다. 이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며 우리가 현장에서 뛰면 청와대도 훨씬 방향을 정리하기 쉬울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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