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쇠고기 파문’ 민심 수습책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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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민심수습책에 시동이 걸렸다. 첫 신호탄은 친박 인사들의 복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오전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사실상 수용키로 했다.

강 대표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공천에서 떨어져 탈당한 뒤 총선에서 당선된 분들은 당헌·당규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곧바로 복당 조치를 해야 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다. 구체적 방향과 절차는 당에서 알아서 진행해 달라”고 화답했다.

친박 인사 복당 결정 다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고시의 관보 게재 연기 결정이었다.

한나라당이 이날 오후 연기를 요구하자 정부는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동안 여권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속도에 비쳐볼 때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었다.

그래서 ‘친박 인사 복당 등의 당 화합 조치→쇠고기 논란 해소와 물가 등의 민생대책→인적 쇄신’의 이른바 단계적 국정수습책이 본격화되는 기류다.

특히 야당과 촛불시위대에서 요구하고 있는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당장 집권당인 한나라당 내에선 재협상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남경필(4선·수원팔달) 의원 등은 “용어상 ‘추가 협상’이든 ‘재협상’이든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벌이는 게 옳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선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결국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문제 재협상까지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그동안 야당의 재협상 요구를 일축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분명한 변화다.

2일 밤부터는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후까지만 해도 미국과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었다”며 “하지만 청와대 주도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외교부에 지시해 부분적으로라도 재협상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미측과의 물밑 논의 결과에 따라선 이르면 내일(3일)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재협상에 대한 해석은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들이 다양하다. 공통적인 결론은 “기술적으로만 해석할 경우 재협상 요구는 가능하다”는 쪽이다. 관건은 협상의 상대방인 미국이 이에 응하느냐다.

재협상 문제에 이어 남은 변수는 인적 쇄신의 시기와 폭이다. 여권 내에선 소폭 개각설에서 대폭 개각설까지 진폭이 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폭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대상도 내각에만 한정되지 않고 대통령실의 전면 개편설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강 대표는 이날 청와대 정례 회동에서 “민심을 일신하는 차원에서 폭넓은 개각 등의 민심수습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은 건 이 대통령의 결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계 원로를 두루 만나 여론을 들은 뒤 민심 수습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남궁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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