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왼손잡이가 쥐락펴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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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양과 마찬가지로 서양에서도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 일에 서툴고 심지어 악한 행동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다. 왼손잡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미국 대통령 가운데는 의외로 왼손잡이가 많다.

올 11월 미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모두 왼손잡이다. 오바마는 일찌감치 왼손잡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이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펼쳐 왔다. 런던대 크리스 맥마너스(심리학) 교수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성취도가 더 높다고 주장했다. “가위질에서부터 잉크의 번짐 없이 글씨를 써 내려가야 하는 일까지 왼손잡이들은 어릴 적부터 직면하는 온갖 문제를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에 성취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 ABC방송 인터넷판은 1일(현지시간) 역대 왼손잡이 대통령 및 대선 후보들에 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대선 후보가 모두 왼손잡이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대선 레이스 때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무소속의 로스 페로 후보 모두 왼손잡이였다. 오른손잡이인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에 앞서 5명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4명이 왼손잡이였다. 지미 카터를 제외한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부시 대통령 아버지), 빌 클린턴 등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우 성인이 돼서는 오른손으로 글을 썼지만, 어릴 때는 왼손잡이였다가 커서 오른손잡이로 교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가 낙선했다면 최근의 대통령 5명 모두가 왼손잡이일 뻔했다.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역시 왼손잡이였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16%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존 가필드, 해리 트루먼 등이 포함된다. 허버트 후버 역시 논란은 있지만 왼손잡이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대통령 선거전에 나섰던 빌 브래들리(2000년), 스티브 포브스(1996, 2000년) 역시 왼손잡이였다. 지난해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도 마찬가지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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