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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타 차 뒤집고 “기대 안했는데 … ” ‘돌부처’ 이선화 V 가뭄에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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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긴 우승 갈증이 ‘긴(Ginn) 트리뷰트’에서 씻겼다.

이선화(CJ)가 2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리버타운 골프장(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긴 트리뷰트에서 9타 차를 뒤집고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친 이선화는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카리 웹(호주)과 연장에 들어가 첫 홀에서 이겼다.

미국 LPGA 투어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날짜로 10개월21일, 대회 수로는 27개만이었다. 우승 물꼬를 튼 이선화는 지난해 7월 한국 선수로는 가장 마지막에 우승한 선수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우승컵 2개 모두를 이선화가 들고 있다.

LPGA 투어에서 가장 큰 타수 차 역전승은 10타 차다. 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 등 3명이 기록했다. 이선화의 9타 차 역전승은 넷째로 큰 역전승이다. PGA 투어에서도 최다타수 차 역전승은 10타 차다. 1999년 디오픈에서 폴 로리가 장방드벨드를 뒤집었다.

대역전승은 혼자 힘만으론 안 된다. ‘돌부처’라 불리는 이선화의 냉정한 경기 운영도 한몫했지만 선두를 달리던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의 어처구니없는 몰락이 더 큰 원인이었다.

구스타프손은 최종 라운드 1번 홀과 3번 홀에서 버디를 잡고 씩씩하게 나아갔다. 4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별 문제가 안 됐다. 이때도 5타 차 선두였다. 이선화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은 우승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파3인 8번 홀에서 구스타프손의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서 미셸 위의 몰락 같은 엄청난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 홀에서 보기를 한 구스타프손은 다음 홀에서 3퍼트로 다시 보기를 했다. 그 다음 홀인 10번 홀에서는 더블보기를 했다.

이후 3개 홀을 파 세이브를 하면서 버텼으나 구스타프손은 이미 냉정을 잃었다. 14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했고 다음 홀에서 보기를 범해 선두를 내줬다. 마지막 홀에서 그는 티샷을 다시 숲에 빠뜨리고 보기를 했다.

4라운드 3번 홀까지 57개 홀에서 20언더파를 친 그는 마지막 15개 홀에선 9오버파를 쳤다. 66-65-67타에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 79타였다. 이선화·웹과 3타 차인 11언더파 공동 4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이선화에겐 행운도 따랐다. 13번 홀(파4)에서 티샷을 실수해 40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들어갔다. 이선화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고 리더보드를 보니 공동 선두더라. 잘하면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선화는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약 15m 거리 첫 번째 퍼트를 홀에 붙여 파를 했다. 연장 상대인 카리 웹은 약 6m에서 친 버디 퍼트가 짧았고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파 퍼트를 당겨쳐 우승컵을 넘겨줬다.

우승 상금 39만 달러를 받은 이선화는 상금랭킹 4위(65만6000달러)로 뛰어올랐다. 이선화는 “이제 내가 물꼬를 텄으니 한국 선수들이 줄줄이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희(휠라코리아)가 13언더파로 3위를 차지했다. 제인 박이 공동 4위, 최나연(SK텔레콤), 유선영(휴온스), 박인비(21)가 10언더파 공동 6위다. 박세리는 공동 9위에 올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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