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매년 코끼리 축구 이벤트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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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코끼리묘기에 식상한 사람들이라도 태국 수린지방에서 매년 11월 18,19일 열리는 「코끼리쇼(엘레펀트 라운드업)」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코끼리축구를 본다면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린지방은 방콕에서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곳으로 예부터 코끼리가 많았다.
수린 코끼리쇼의 기원은 오래됐다.중세부터 전쟁때는 「코끼리군단」의 일원으로,평화시에는 불도저같은 힘을 지닌 「성실한 일꾼」으로 일해온 코끼리들의 「위안 운동회」격으로 매년 치러졌다.
현재와 같이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구경오는 세계적인 코끼리 이벤트로 자리잡은 것은 60년대초부터다.
주최측은 쇼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동물보호기금도 조성한다.
코끼리축구의 묘미는 공을 다루는 솜씨에 있다.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이마로 헤딩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한다.
그러나 코를 이용하면 안된다.마치 축구경기에서 손으로 공을 잡으면 핸들링 반칙이 되는 것과 같다.
코끼리들의 다양한 축구묘기에 관광객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기도 한다.
코끼리축구는 토너먼트로 진행되는데 공을 많이 다룬 코끼리가 승자다. 최종 승자로 뽑힌 코끼리는 이듬해 다시 쇼가 열릴 때까지 「챔피언」으로 특별대접을 받는다.
수린의 코끼리쇼에는 코끼리축구외에 볼 것이 많다.
야생 코끼리를 잡는 방법부터 짐을 끄는 게임,군장으로 차려입은 코끼리 퍼레이드 등이 모두 흥미롭다.
이 쇼에는 대개 100마리의 훈련 받은 코끼리들이 참가한다.
그러나 아무 코끼리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5대1의 치열한 경쟁을 거친 예절바르고(?)영리한 코끼리만 참석할 수 있다. 이곳 쇼에 참가하는 코끼리들은 수린 근교 반타 클랑의 코끼리마을에서 뽑혀온다.코끼리마을에는 500마리의 코끼리가 있는데,이곳 주민들은 코끼리를 친구처럼 대하고 농사일에 이용한다.
코끼리들은 때때로 조련사들에게서 따끔하게 훈련받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코끼리를 통해 태국사람들이 코끼리에 대해 보내는 깊은 애정을 발견한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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