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조 流彈 튈라 금융계 전전긍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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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6공 두 시대에 걸쳐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이원조(李源祚)전의원이 23일 검찰에 소환되자 금융계는 노태우(盧泰愚)씨비자금의 파문이 본격적으로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李씨에 대한 수사가 깊게 진행될 경우 자칫하면 전 정권 때 신설된 금융기관들이 곤욕을 치를 수 있으며,은행 임원 선임 과정에 李씨가 개입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은행 이미지가 실추될 것으로 걱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 관계자들은 과거 李씨에게 줄을 댄 금융계 인사들이줄줄이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5,6공 당시 금융계에는 「이원조 사단」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이 곳곳의 요직을 두루 차지했었다』면서『검찰이 은행권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면 여러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거 비리 등과 연루된 금융계 인사 가운데상당수는 현업에서 물러난 만큼 검찰이 「피라미」를 잡기 위해 금융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기야 하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금융계에서는 검찰 조사가 은행권으로 확산될 경우 李씨의 「측근중 측근」으로 알려진 J은행의 P 전행장,여러 은행장을 거친 L씨 등 몇몇 인사가 우선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
또 李씨 사단은 아직도 금융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수사 향배에 따라서는 금융계 임원 가운데 상당수가 검찰에 소환되는 등 파란이 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감원 고위관계자는 『李씨는 「윤필용(尹必鏞) 사건」이 터져군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지만 끝내 처벌받지 않고 풀려날 정도로 증거를 남기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李씨를 대상으로비자금 조성 경위를 캐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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