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 조선사업 재기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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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앨라배마 조선사의 크레인 기사인 로이 윌리엄스는 요즘 20층짜리 초대형 크레인의 운전석에 앉아 미국 조선산업의 재기 장면을 가슴 뿌듯하게 바라본다.
『그것은 공룡들의 무덤이었습니다.』 조선소 구석구석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장비들은 녹슬었으며 부두는 황폐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앨라배마 조선소는 2차세계대전때 전성기를 구가했다.대형전함과 유조선의 건조를 위해 눈코 뜰 새가 없었다.전쟁이 끝난후 이 조선소는 바지선과 호화 유람선을 만들었지만 사세(社勢)는 하루가 다르게 기울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조선소는 40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윌리엄스는 『공룡들이 무덤에서 살아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앨라배마 조선소는 현재 공장을 신축하는 한편 낡은 장비들을 교체하고 있다.새 공장에선 내년까지 대형 화공물질 운반선을 건조해 덴마크의 선주에 인도할 예정이다.
앨라배마의 경쟁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서쪽으로 140마일 떨어진 애본댈 조선사는 최근 러시아로부터 대형 유조선을 수주해시설확장에 나서고 있다.미국 최대의 조선소인 뉴포트 뉴스 조선사는 그리스 고객으로부터 수주한 유조선 건조를 위해 로봇 용접기를 새로 들여오고 도크도 확장하고 있다.
사실 한해 5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의 조선시장에서 미국의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보잘 것 없다.
그러나 미국 조선업체들이 근래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워싱턴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로버트 크랜들은 『미국의 조선산업은 자동차.오토바이등에 이어 재기에 성공한 산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조선산업이 국제경쟁력을 되찾고 있는 것은 달러약세와 일본.독일등 경쟁국의 임금상승에 힘입은 것이다.미국 조선업계의시간당 평균임금은 20달러선으로 한국의 11달러에 비해선 높지만,일본(33달러)이나 독일(38달러)에 비해선 훨씬 낮다.게다가 연방정부가 선주(船主)들에게 대출보증을 서주는 새 제도는업계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최근 뉴포트 뉴스조선사에 네척의 유조선을 주문한 그리스의 엘레슨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25년 상환조건의 선박대 금 대출을 보증받았다.전문가들은 이같은 파격적 대출보증제도가 선박값을 15%정도는 깎아주는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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