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난에 갇힌 아이들] 5. "기사가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 외환위기 이후 부모로부터 버림받는 아이들은 해마다 1만명.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건 돈이나 선물이 아니라 힘껏 달려가 안길 수 있는 따스한 품이다. 활짝 웃으며 아이들을 반기는 이는 서울 시흥동 청담종합사회복지관의 정재연 사회복지사.

경기도 용인에 사는 한미선(주부)씨가 지난 29일 오후 본사 취재팀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1회부터 기사를 보며 계속 울었습니다. 시리즈 4회에 나왔던 주원이(종이딱지를 1000장 모으는 게 소원이라는 아홉살 소년)에게 내 애들이 쓰던 것이나마 장난감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는 "이런 기사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라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남겼다.

'탐사기획-가난에 갇힌 아이들'이 연재되는 동안 취재팀의 e-메일.전화.팩스 등으로 200여건의 독자 의견이 접수됐다. "기사 내용, 거짓말 아닌가요.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최영호씨), "늘 같은 옷만 입고 가 친구들 눈을 피해다녔다는 아이와, 저 아이와 놀지 말라는 친구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쉴새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에 배고프고 맘 아파서 서러운 우리의 또 다른 아이들이 있었음을 잊고 있었습니다."(임경영씨),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살기 좋은 코리아가 되도록 해주세요."(민동성씨)….

"실태를 집중 보도하기보다는 매회 대안 제시를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 독자도 있었다. 대부분의 독자는 "가난에 갇힌 아이들을 위해 국가나 사회가 뭔가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 눈물이 났어요

"가난한 아이들이 담긴 사진과 글 한 자 한 자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울컥 올라와 참을 수 없어 신문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며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강대연씨는 이렇게 밝히면서 "평생 이런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고도 했다.

취재팀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아동학을 전공하는 한 여대생은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까지 읽고 있습니다"라며 "출발부터 다른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과 빛을 조금이라도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아동미술가 홍정숙씨는 "손의 작업이 아니라 마음의 작업으로, 모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낌과 생각을 그려 나가야 할 시기에 아이들의 고통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고 지적했다. 시인 나명욱씨는 기사를 보고 '진실''꽃이 피는 날'이란 두 편의 시를 보내오기도 했다.

#2 돕고 싶어요

고3인 홍승희양은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엄마, 아파서 미안해'기사를 읽을 때는 그만 울어버렸습니다"라고 말했다. 홍양은 "일상을 사는 그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 애들을 돕기로 친구 몇명과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승은씨는 "저의 어머니께서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 싶어 하시는데 연락처를 좀 주세요"라는 e-메일을 보내왔다.

해외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몰려왔다. "부모가 없어 자기 뜻을 펴지 못하는 초.중.고생 한두 명을 소개시켜 주면 조용히 도울까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 대사관 직원은 "기사를 읽고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면서 이런 뜻을 전해왔다.

미국에 사는 정규옥씨는 "1회에 보도된 혜수(부모에게 버림받아 양육원에 맡겨진 소녀)를 정말 도와주고 싶다"며 양육원 이름과 주소.아이 상태를 물어왔다.

#3 이렇게 했으면

독자들이 제시한 대책은 사뭇 진지하고 현실적이었다. 전남 외국어고에 다니는 지서연양은 "사람들이 (가난한 아이의 문제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뚜렷한 경계선을 긋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의 뒷골목 거주자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양은"전국을 작은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복지사를 배정하자"고 제안했다.

신탄진 중학교 교사인 류근창씨는 "학교가 중심이 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사회봉사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아버지가 치과의사라는 진미현양은 "빈곤 계층의 치아를 정기적으로 검진해주자"고 했다. 또 "무상 치료보다는 철저한 예방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수돗물 불소화를 주장했다. 진양은 친절하게 관련 논문을 인터넷에서 찾아 취재팀에 보내왔다.

소설가 김영관씨는 "국.공립 병원이 나서서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 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