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왈의 무대는 아름다워] "일본 대형 뮤지컬社 곧 한국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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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매주 수요일 '무대와 객석' 면에 공연평론가 정재왈씨의 '무대는 아름다워'를 싣습니다. 생생한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공연계의 이슈와 큰 흐름을 짚어갈 계획입니다. 국내외 작품들의 특징과 경향, 문화산업적인 측면도 깊이있게 파헤칠 것입니다.

뮤지컬 이야기로 이 코너의 문을 연다. 최근 뮤지컬 시장의 성장 속도나 관객들의 관심도 등을 고려할 때 이 분야의 따끈한 이슈를 먼저 소개하는 게 좋을 듯 싶어서다.

뉴스의 발신지는 나라 밖이다. 그러나 이 후폭풍이 조만간 국내 공연시장에 몰아칠 가능성이 커서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공연시장, 구체적으로 공연장의 경영이 외국 단체의 손에 맡겨지는 개방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이 단체는 일본 극단 시키(四季). 1953년 창단한 시키는 뮤지컬 전문단체로는 일본 내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배우와 스태프.사무원 등 전체 직원이 800여 명에 이르며 도쿄(東京) 등 전국에 8개의 극장을 갖고 있다.

2001년 기준으로 2200회 공연에 2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200억엔(약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래서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의 뮤지컬 컴퍼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키의 성공 신화를 이끈 인물은 회장인 아사리 게이타(淺利慶太.71). 원래 연극단체로 출발한 극단을 67년 뮤지컬을 주로 하는 주식회사로 탈바꿈시켜 오늘의 거대 공연기업으로 키웠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현 후원회장),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 등 일본 내 우파 정객들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도 지인이 상당수 있다.

그가 최근 시키를 앞세워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데, 그 파트너로 L기업을 선택해 거의 성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영화에 진출하는 등 문화산업에 관심을 보인 L기업은 서울 잠실 부근에 2007년께 뮤지컬 전용극장을 열 예정이다. 이 극장의 경영권이 극단 시키의 몫이 된다. 이 기업의 오너와 아사리와의 인연이 밑거름이 됐다는 후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뮤지컬 레퍼토리의 국제화는 점입가경이다. '오페라의 유령''캐츠''맘마미아''미녀와 야수' 등 외국 명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전용극장 건립을 열망하는 한국의 공연 단체와 관련기업들이 정부의 미지근한 반응에 묶여 전전긍긍하는 사이 선진 노하우를 가진 일본 단체가 한국 시장으로 '진군'하고 있는 것이다.

공연장은 공연예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다. 따라서 외국 단체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정부와 공연계의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사리는 향후 한국, 나아가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한국과 중국 배우의 발굴에 눈독을 들여 이미 지난해 오디션을 통해 한국배우 10여 명을 뽑아갔다. 경제 전쟁 못지않은 문화전쟁이 날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 정재왈은 1964년 충남 당진 출생/고려대 영문과.동대학원 졸업/전 중앙일보 기자/현 LG아트센터 운영부장/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강사/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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