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100m 출전 5번 만에 ‘세계서 가장 빠른 사나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얼굴이 바뀌었다.

1m96cm의 장신인 자메이카의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22)가 남자 육상 100m에서 9초72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볼트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아이칸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리복 그랑프리 100m에서 9초72로 결승선을 통과, 지난해 9월 아사파 파월(26·자메이카)이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9초74)을 0.02초 앞당겼다.

지난달 4일 자메이카 국제초청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6을 뛰며 혜성처럼 등장한 볼트는 한 달이 채 안 돼 세계신기록을 새로 쓰면서 베이징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급부상했다.

볼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00m와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유망주로 200m가 주종목이다. 2004년 200m에서 19초93으로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 20초 벽을 깨면서 세계주니어신기록을 작성했고, 지난해에는 19초75로 개인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자국 기록을 36년 만에 갈아치웠다. 100m에 간간이 나서는 것도 순전히 “200m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스피드 보강 차원에서 뛴다”는 게 그의 말이다. 100m 도전도 이번이 고작 다섯 번째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면서 베이징올림픽에서100m와 200m를 동시에 석권할 만한 최고의 스프린터로 도약했다.

이날 레이스는 부정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지 않아 재경기를 치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총성을 듣지 못한 선수들은 약 20m를 달리며 힘을 소비했지만, 볼트는 “첫 번째 (누군가의) 부정출발이 내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 나의 스타트는 썩 좋지 못했다. 첫 번째 레이스가 부정 출발이 돼 기뻤다”고 그는 실토했다.

두 번째 레이스에서 볼트는 탁월한 스타트와 질풍 같은 스피드로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단거리 3관왕 타이슨 가이(26·미국)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가이는 9초85로 2위를 했고, 가슴 근육 부상에서 회복 중인 파월은 출전하지 않았다.

가이는 “그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볼트와 나는 달리는 리듬이 서로 비슷했지만 보폭에서 그가 훨씬 멀리 치고 나갔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장혜수·정선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