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과 비관의 극단에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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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28면

6월을 맞는다. 2008년 증시 레이스도 벌써 반환점에 가깝다. 올 연초 코스피지수는 1853에서 출발했다. 5월 마지막 날 지수는 1852였다. 정확히 제자리걸음이다. 주가가 크게 출렁이며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투자자들은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그러나 고생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눈앞에는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일까? 앞으로 갈 길에 대한 시각이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자기편의적인 전망이 난무한다.

먼저 증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경기 예측부터 크게 엇갈린다. 한쪽에선 올 하반기부터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본다. 손에 잡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신용경색이 최악의 국면을 넘긴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하와 세금 환급 등의 약효가 슬슬 발휘될 것이란 기대감을 제시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경기침체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며, 이번 침체는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비관론자들은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는 데 주목하면서 경기회복 시점은 내년 하반기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이 세금 환급을 통해 1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소비자들 손에 쥐어준 덕분에 올 2분기나 3분기 중 경기지표가 반짝 고개를 들지 모르지만 이내 다시 떨어질 것이란 ‘더블 딥’ 시나리오를 이들은 제시한다.

요즘 초미의 관심사인 석유 값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시각차가 나온다. 낙관론자들은 이제 거의 정점에 도달했으며 하반기부터는 투기적 거품이 꺼지면서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렇다면 마음 놓고 주식을 미리 사둘 만하겠다.

하지만 다른 쪽에선 유가의 장기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본다. 최근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랐던 만큼 한동안 조정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비관론자들은 원자재 값 상승의 여파는 대략 1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하반기 글로벌 경제에는 인플레의 그림자가 본격적으로 드리울 것이라고 걱정한다.

위의 견해 중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기업 실적 전망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낙관론자들은 3분기 이후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실적이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데 유의하라고 강조한다.

양쪽은 이런저런 경기 및 가격지표 등이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흥분한다. 요즘 하루하루 유가가 오르내릴 때마다 주가도 덩달아 크게 출렁이는 게 그렇다. 시장의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펀더멘털에 대한 진단을 아예 포기하고 심리적 흐름에만 의존해 주식을 단기 매매하는 기술적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 잔액은 7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큰 의미가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현혹될 일이 아니다. 헷갈리고 중심이 잡히지 않을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적립식 펀드 투자 잔액이 70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시장의 저변이 탄탄해지고 있는 것은 그나마 투자자들에게 큰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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