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을 휴게실.놀이방으로 실내공간 고정관념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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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실내공간의 용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큰방은 부부용,작은 방은 아이들 차지」라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구도에서 탈피,안방을 가족 공동의 공간이나 음악실 또는 아이들 놀이방으로 활용하는 한편 작은 방을 침실이나 어른들 서재등으로 쓰는 가정이 늘고있다.
획일적인 아파트 내부구조지만 돈을 들여 벽을 허물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고도 오붓하면서도 가족의 연대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는 것.「발상의 전환」으로 공간의 부가가치가 한껏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 다.
서울서초구잠원동 한신아파트에 사는 심은숙(沈銀淑.35)씨는 최근 침실로 쓰던 안방을 가족 공동의 공간으로 단장했다.
탁자와 의자를 들여놓고 책도 여기로 옮겼다.회의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곳에서 저녁이면 온가족이 모여 책도 읽 고 대화도 나눈다.
沈씨는 『우선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자기네들 방에서 따로 공부할 때보다 집중도 잘되고 아빠와 함께 있을수 있기 때문이지요.뭐니뭐니 해도 가족간의 대화 시간이 늘어난게 가장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해요』라며 만족 감을 표시.
경기도고양시 행신지구 무원마을에 사는 윤광준(尹光俊.36)씨도 안방을 자신이 좋아하는 오디오를 들을 수 있고 책도 볼 수있는 쉼터로 꾸몄다.
부엌 옆에 있는 방을 침실로 사용하는 대신 안방에다 카펫을 깔고 직접 만든 찻상(茶床) 을 놓아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로꾸몄다.尹씨는 『거실처럼 꾸민 안방에서 종전 거실에선 느낄 수없는 내밀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자랑.
서울동작구신대방동 우성아파트 28평형에 사는 이진영(李眞暎.
33)씨는 부부 침실로 쓰던 큰 방을 아이들 방과 맞바꿨다.어린이 침대가 없는 터라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됐다. 李씨는 『전에는 아이들이 자기네 방이 좁으니까 저녁에도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그러다보니 텔레비전을 늦게까지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안방을 내주고부터는 저녁만 먹으면 자기네들 방으로 들어가요』라며 변화된 모습을 소개 했다.
주부가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독립된자신만의 공간을 갖기 어려운 현실을 주방=부엌 개념에서 탈피함으로써 극복한 경우도 많다.거실과 연결되는 주방의 열린 공간을벽장식과 연결시킨 사이드 테이블을 설치하고 벽 장식에 이동식 오디오 기기나 즐겨 읽는 책등을 두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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