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사건 한달째 재계동향-대규모인사로 분위기쇄신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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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자금사건이 터진 지 한 달이 되지만 대기업들에는 마치 1년같은 기간이었다.앞으로가 더 암담하다는 게 문제.
총수구속.세무조사설에다 정부의 재벌규제장치 마련 움직임까지 일어 기업입장에서는 아직 걱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
대기업들은 이 와중에 대규모 조기인사를 통해 분위기쇄신을 꾀하는 분위기다.차제에 이미지개선 등 자구노력도 큰 관심사로 등장. …검찰수사가 그룹단위에서 기업으로,총수에서 사장.중역 등으로 각론화하자 재계는 더욱 긴장하는 모습.
일단은 『회장진술을 확인하기 위한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이라는 분석과 『회장 대신 뇌물을 준 피의자』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어느 경우든 검찰 수사결과가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초조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업계 사장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면서 계열 건설회사를 둔 그룹들이 가시방석에 올라앉은 느낌.
…재계는 분위기쇄신의 일환으로 그룹인사를 앞당기고 폭도 키울움직임. 삼성은 이달말로 예정했던 중역인사를 빠르면 다음주말께단행하고 대폭적인 승진.발탁인사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개 연초인사를 해온 현대도 이번에는 연내 단행가능성이 높으며,특히 최근 수년 동안 이동이 거의 없었던 사장단도 인사대상에 포함해 폭이 매우 커지리라는 관측.LG도 예년보다 다소 앞당긴 내달 중순께가 유력.
…노태우(盧泰愚)씨등의 구속영장에서 ▶뇌물을 준 주체를 「그룹 회장」이 아닌 「기업체 대표」로 표시하고▶비자금 실명전환 혐의는 뺀 것과▶36대 그룹총수를 소환 조사했으면서도 막상 30대 그룹만 든 점등을 놓고 해석이 다양.
기업체 표시부분에 대해서는 「뇌물제공자 가운데 일부는 회장이아닌 사장 등이기 때문」 「회장도 기업체 대표인 만큼 별 의미는 없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또 한보.대우 등의 盧씨 비자금 실명전환은 사실 확인이 됐으면서도 영장에선 빠졌는데 「법적용이 어렵기 때문」「기소 때 추가할 것」등으로 시각이 엇갈리는 모습.
영장에서 빠진 6개 기업에 대해선 「깨끗하다는 점이 입증된 것」「좀더 조사하려고 일단 뺀 정도」라는 해석으로 나뉘고 있다. 30대그룹중 유일하게 소환이 안된 한라그룹(회장 鄭仁永)만외견상 비자금파문에서 초연한 입장.
민병관.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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