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설악산 … 케이블카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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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명산의 케이블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한동안 격론이 이어지다 추진을 중단·포기하면서 논의가 사그라졌던 사안이다. 하지만 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일제히 재추진 카드를 꺼내 들어 불을 지피고 있다. 경제단체도 ‘관광수용시설’로서의 필요성을 들어 거들고 나서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이에 반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들 “여건 달라졌다”=김태환 제주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과거 케이블카 설치가 어려웠던 것은 정부의 기준 문제에 따른 것”이라며 “여건이 변화한 만큼 재추진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남 영암군도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고 나섰다. 영암군은 현재 천황사 주차장에서 천황봉과 사자봉 사이 1.5㎞ 구간을 비롯해 4~5개 구간을 대상으로 코스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8월까지 코스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200억~300억원의 사업비는 전액 민자를 유치해 충당할 방침이다.

경기도와 과천시도 관악산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과천시는 2003년 관악산에 있는 KBS 방송용 케이블카를 관광용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었다. 경기도는 노약자들에게 산행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관악산(해발 629m) 정상까지 관광용 케이블카를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설악산을 끼고 있는 강원도 양양군·의회도 설악산 제2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환경부 “연말까지 결론”=케이블카 설치 논란이 반복되자 환경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2004년 말 기준을 마련했다. ▶녹지 자연도 8등급 및 생태 자연도 1등급 이상▶아고산(亞高山)지대 등을 케이블카 설치 불가지역으로 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라산 국립공원은 녹지 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이 98%나 돼 케이블카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월출산도 문화재보호구역 인접지로 분류, 케이블카 논의가 중단됐다. 제주도도 2005년 6월 자체 검토 뒤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에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연간 50만 명 수준인 제주행 외국인 관광객을 200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환경부는 ‘자연친화적 로프웨이 협의체’를 마련, 검토에 들어갔다. 29일 첫 회의를 열었다. 윤승준 환경부 정책기획관은 “현행 지침이 마련되고 4년이 지나 규제완화·환경보호의 측면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추진 움직임과 관련,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한라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재추진하겠다면 유네스코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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