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더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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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기업이든 소비자든 올 하반기엔 허리띠를 단단히 조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환율 상승, 미국 경기 침체란 풍랑에 휩싸인 한국 경제호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6%에서 3.8%로 크게 낮췄다. 지난해 2분기(4.9%) 이후 상승세를 타던 경기가 1년여 만에 다시 내리막을 탄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4분기의 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이는 2005년 2분기(3.4%)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상반기엔 내수 부진에도 수출이 잘 돼 경기가 완만하게 하강했지만 하반기엔 수출 증가율도 꺾이면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상반기 성장률이 호조를 보였다는 점을 들어 연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4.7%)를 유지했다. 그러나 KDI·금융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등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낮췄다.

각종 기업실사지수(BSI)도 하향세로 돌아서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36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5월 업황실사지수는 85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 미만이면 실적이 나빠졌다는 기업이 좋아졌다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5월 실적도 나빴지만 6월 이후 전망도 좋지 않다. 전경련이 매출액 순위 600대 기업(553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 BSI는 95.3으로 100 미만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6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BSI도 9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의 87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유가 상승과 미국의 경기 침체가 하반기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유가의 10% 상승이 경제성장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1977~99년엔 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 하락했지만 2000년 이후엔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유가의 영향력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2000년 이후엔 유가 상승과 함께 세계 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이라며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만큼 유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드워드 러지어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최근 유가 급등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전망치보다 최대 1.5%포인트나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러지어 의장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씩 떨어질 수 있다”며 “고유가는 이미 미국의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재용·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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