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남은3人 사법처리만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은 이른바 핵심측근 4인방에 의해 이뤄졌음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중 이현우(李賢雨)전청와대 경호실장이 17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제 남은 3인은 이원조(李源祚)전의원.김종인(金鍾仁)전청와대경제수석과 금진호(琴震鎬)의원이다.
과연 이들의 사법처리는 어떻게 될까.특히 5,6공을 통틀어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하며 대선자금 조성에도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요리조리 빠져나가던 이원조씨가 마침내 꼬리를 밟힘으로써 그의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李씨의 비자금 조성 개입 사실을 시종 부인해왔다.그러나 16일 구속된 盧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록에서 李씨의 관련사실이 처음 확인되면서 그에 대한 수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盧씨에게 비자금을 건넨 기업총수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총수중 한명이 최소 5억원이상을 李씨를 통해 盧씨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따라서 검찰은 비자금 조성경위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李씨에 대한 조사는 피할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사실 하나로 李씨를 사법처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자금 조성과정,즉 기업인과 盧씨의 면담을 주선하거나 각종 경제이권을 조건으로 그가 별도의 돈을 받았는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또 李씨가 조성한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현정부와도 직결될 수 있어 수사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조성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李씨 혐의내용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李씨는 안영모(安永模)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원의 뇌물을받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던중 돌연 일본으로 출국 ,수사가중단됐었다.
盧씨의 동서인 금진호의원은 盧씨 비자금 조성과 이를 관리하는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돼 지금까지 검찰에 두번 소환됐다. 琴의원은 비자금 조성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받고 일부「떡고물」도 챙긴 것으로 확인돼 사법처리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盧씨 비자금 899억원을 한보그룹과 대우그룹에서 실명전환토록 하는등 비자금관리에도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가 盧씨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따라서 琴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앞으로 정치자금 수사과정에서 추가 범법사실이 확인될지 여부와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다만 여론도 그의 편은 아닌듯 하다.
盧씨의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전의원도 盧씨에 대한 영장기록에서 비자금 조성 개입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金씨는 6공초기인 88년을 전후해 3~4개업체로부터 수십억원씩의 뇌물을 받아 盧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기업총수 진술을 통해확인돼 있는 상태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별도의 돈을 받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있다.
검찰은 다음주중 金씨를 소환,조사한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