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賂物-몰래 건네졌던 '선물'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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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유가(儒家)의 중심사상인 인(仁)은 두(二) 사람(),곧 나와 남 간의 「인간관계」를 뜻한다.삼강오륜(三綱五倫)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래서인지 중국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계를 무척 중시한다.
지금도 중국에서 「關係」(관시)는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관건(關鍵)이다.그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내몫이지만 성패(成敗)를 결정짓는 것은 「관시」라고 본다.
그 「관계」의 가장 기초단위는 혈연(血緣)이다.그래서 중국이나 우리는 혈연의식이 유달리 강하다.다음은 지연(地緣)이다.행동반경이 넓지 않았던 옛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주위 사람들 뿐이었다.
여기서 향약(鄕約)이 나왔으며 「이웃 사촌」이란 말도 나왔다.마지막으로 학연(學緣)이 있다.동창(同窓),동문(同門)이 그것이다. 이도 저도 없을 때는 참 곤란하다.그러나 방법은 있다.인위적으로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이때 사용하는 것이 뇌물(賂物)이다.
賂는 貝(조개 패)와 各(각기 각)의 결합이다.
貝가 옛날 「화폐」로 사용됐으므로 한자에서 貝로 이뤄진 많은글자가 돈이나 재화(財貨)를 뜻한다는 것쯤은 이제 본 독자들은다 알고 있다(貴賤,販賣,賃貸,負債 등등).
역시 賂도 그러하나 「各」이 있으므로 공적(公的)으로 유통되는 재화가 아니라 몰래 제각기 사적(私的)으로 유통되는 재화,곧 「선물」의 뜻이 있음을 알겠다.물론 좋을리 없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오(吳)의 부차(夫差)는 월(越) 왕 구천(句踐)이 뇌물로 바친 서시(西施)에 눈이 멀어 결국 망국의 화를 당했다.賂物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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