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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별별 cafe] 그림 볼까, 사진 찍을까, 그냥 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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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만나고 싶을 때

요즘 서울 홍대 앞 카페의 주류는 ‘갤러리 카페’다. 졸업전에 앞서 개인전을 여는 미대 학생이나 홍대 주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대개 ‘대관’ 비용이 없어 아마추어들에게 인기다. 차 마시러 온 손님도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게 되니 ‘윈윈’인 셈이다.

상수역 근처 ‘무대륙’(02-324-9478)은 카페 하면 떠오르는 모던함 대신 편안함을 택한 곳이다. 올라가는 2층 계단에는 각종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의자·테이블·책장 등은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하기까지 하다. 털썩 앉아 햇볕 쬐기 좋은 마루가 이곳의 명당. 수공예품을 만드는 주인장의 작업실을 개조해 만들었다. ‘무대륙’은 고대 문명이 번성하다 지진으로 가라앉은 전설의 섬. 가수 이상은씨가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라는 뜻에서 이름을 지어 줬단다. 그래서 이곳은 손님과 주인의 경계가 흐릿할 만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가야금·클래식 연주는 물론 살풀이·영상쇼 등 공간과 어울리는 컨셉트라면 장르 제한이 거의 없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사다리’(02-322-9952)는 얼핏 보면 가정집인가 할 만큼 소박하다. 하지만 내부는 쏠쏠한 전시공간. 2~3주마다 새로운 작품을 걸고, 다른 갤러리 카페들과 기획전을 열거나 작품 공모도 한다. 미술을 전공한 주인 부부가 카페를 열 때부터 갤러리를 염두에 둬 벽면을 최대한 깔끔하게 살리고 소품 배치도 자제했다. 대신 테이블 중 주인장이 직접 만든 작품이 있으니 눈여겨볼 것. 공간이 넓지 않아 여럿이 수다 떨기보단 연인의 오붓한 데이트 장소로 좋다.

‘병원 카페’로 시작해 갤러리를 더한 곳도 있다. 내과 1차 진료를 보는 ‘제네럴닥터’(02-322-5961)에서는 음료+진료+작품 감상이 동시에 이뤄진다. ‘편안한 병원’답게 진료를 기다리며 핸드 드립 커피를 즐기거나, 지루하다면 벽에 걸린 일러스트 작품에 빠져 보자. 스크램블 에그와 햄·샐러드가 곁들여진 ‘환자식’(8000원)은 한 끼 식사로 좋다. 병원이 목적이라면 예약이 필수다.

사진 찍고 싶을 때

유리창에 하얀 분필로 그린 듯한 일러스트, 원목 테이블과 제각각인 의자, 천장에 그대로 드러나는 파이프 등이 요즘 홍대 앞 카페의 전형적인 인테리어다. 하지만 전체적인 꾸밈이 비슷하다 해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곳은 생겨나는 법. 게다가 붐비지 않는다면 금상첨화다.

‘V+W’(02-332-2402)는 2층짜리 너른 공간이 여유를 주는 곳이다. 갤러리+북카페이지만 전시가 없을 때도 썰렁함이 없을 만큼 숨은 소품이 아기자기하다. 테이블에 무심코 놓인 크레파스나 손바닥만 한 액자들, 예술 관련 서적들이 마치 친구의 방에 들른 듯하다. 입구에 놓인 인형들도 눈길이 간다.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는 앵글도 놓치지 말 것.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로모그래피’(02-326-0255)에 들러 보자. 로모 카메라도 팔고 찍은 사진도 구경하는 카페다. 로모 카메라란 금붕어의 눈을 본떠 렌즈를 만든 것으로, 재미있게 왜곡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다. 카메라가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것도 매력. 국내 첫 플래그숍이다. 벽면 가득 붙어 있는 로모 사진을 배경 삼아 한 컷 찍어 보자. 카메라를 살 요량이면 적립금을 받아 공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카메라를 꺼내기 쑥스럽다면 ‘토라비’(Tora-b, 02-6408-8038)가 안성맞춤이다. 주택가 골목길에 숨어 있는 카페답게 내부도 아기자기하고 소박하다. 입구를 들어서면 커튼으로 공간이 분리돼 있다. 차를 마시고 싶을 때, 소품을 구경하고 싶을 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셔터를 눌러도 좋다. ‘소품 카페’답게 컵·수첩·스탠드·촛대 등을 저렴하게 판다.


그냥 쉬고 싶을 때

그림 감상도 사진 찍기도 귀찮은 어느 날, 그냥 맘 맞는 친구 몇과 익숙한 장소에서 ‘늘어지고’ 싶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 푹신한 쿠션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좌식 카페가 제격이다. 카페 내부가 마치 우주공간처럼 꾸며져 ‘우주 카페’로 불리는 ‘오아이’(OI·02-334-5484)는 클럽과 바와 카페가 한데 합쳐진 공간.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가게 내부가 흰 동굴처럼 꾸며져 마치 미래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음료 중에는 6000~8000원 정도 하는 칵테일이 맛있다는 평이다. 시 낭송회, 디제잉 파티,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니 방문 전 홈페이지(http://ooooooi.com)를 확인해 볼 것.

외우기 힘든 가게 이름 대신 그냥 ‘홍대 앞 나비’로 불리는 오리엔탈 카페 ‘나비도 꽃이었다 꽃을 떠나기 전에는…’(02-338-4879)은 홍대 앞을 자주 찾는 이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명소.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향 냄새와 함께 몽환적인 조명 아래 나른하게 반쯤 누워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테이블 사이가 가까운 편이지만 서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 부담스럽지 않다. 나비의 비밀 종교집회 같은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건너편에 새로 생긴 모로코풍 카페 ‘아타이’(02-336-7760)에도 들러 보자. 아랍어로 쓰인 작은 간판뿐이라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대신 ‘지하 1층에서 물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문을 찾으면 된다. 지하로 내려가면 높은 천장 아래 아랍풍 가구들로 장식된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촛불이 바닥의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에 비쳐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차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호리병 모양의 주전자가 예쁘다. 커튼이 드리워진 방을 차지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주말은 오전 4시)까지 문을 연다.

글=이도은·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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