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정치Q 20년] ② 원칙 지키고 처신 깨끗했던 ‘저승사자 이춘구’ 존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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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대통령에게 “서두르지 말라” 건의했다
■ MB “초반에 군기 좀 잡으려는 것”
■ 원칙 지키고 처신 깨끗했던 ‘저승사자 이춘구’ 존경
■ 이상득, 국회 밖에 머무르면 잡음 더 많을 것
■ 이재오, 세련되지 못해 손해 많이 봐
■ 문경에 출마하려던 박근혜 내가 대구로 돌렸다

-20년 정치생활에서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춘구 씨입니다. 1992년, 그가 민자당 사무총장일 때 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밑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이씨는 부하들에게 살벌할 정도로 엄격하다고 해서 별명이 저승사자였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를 어려워하고 거리감을 두었지요. 그런데 그는 나름대로 원칙을 정하면 철저히 지켰어요. 아랫사람에게 ‘하드타임(hard time)’을 주지만 자기 말에는 책임을 졌죠. 같이 결정해 놓고도 일이 잘 안 되면 아랫사람에게 덮어씌우는 상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정치판에서는 더하죠. 그런데 이씨는 그렇게 구질구질하지 않았어요. 역대 당직자들을 보면 대통령 앞에서는 무조건 좋은 말만 해서 비위를 맞추고 와서는 아랫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뭐 대단한 인물인 것처럼 행세하는 이들이 많았지요. ”

“서부영화의 보안관 좋아한다”

이춘구 씨는 충북 제천 출신의 육사 14기로, 1980년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에 가담하면서 5공 정권에 참여했다. 그는 3선을 하면서 민정당 사무총장, 내무부 장관, 민자당 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1995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장군의 12·12 군사반란을 처벌하는 특별법을 만들자 항의의 뜻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그는 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안테나에서 완벽하게 사라졌으며,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는 이가 거의 없다.

강 대표는 서부영화에 나오는 보안관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떤 이가 악당이 설치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보안관을 맡는다. 그는 악당을 쫓아낸다. 주민들은 그가 계속 보안관으로 남아주기를 간청한다.

그러나 그는 홀연히 떠난다. 강 대표는 이춘구 씨에게서 그런 깔끔함을 발견했는지 모른다. 강 대표가 겪은 정치권에는 그런 깔끔함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깔끔한 정치인이 또 있었습니까?
“정치인은 중요한 대목에서 결정을 잘해야 해요. 그런 상황이 매년, 또는 4년에 한 번, 또는 평생 한 번 오는데 대표 같은 직책을 맡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오기도 하죠. 그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옳고 정의로운가를 판단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공명정대하게 결정한 사람은 그 순간에는 죽어도 (국회에) 다시 살아 돌아오는데, 치사하게 결정한 이들은 설치다 못 들어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강 대표는 편안하게 떠나는 보안관일까? 그에게는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정당의 대표라는 화려한 성적표가 있다. 그러나 집권 3개월도 안 된 요즘 이명박 정권은 급속히 동력을 잃고 있다. 민심이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25%까지 떨어졌고, 한나라당 지지율도 30%대로 주저앉았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만 해도 대통령이 대선 때만큼 인기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많다. “대통령과 정권이 예쁘기만 하면 30개월이든 60개월짜리든 미국산 쇠고기를 얼마든지 먹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강 대표는 ‘경선·대선·총선을 훌륭히 치른 3관왕’이라는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 그런데 정권이 이토록 어려우니 그에게 3관왕이나 멋있는 보안관이라는 표현을 허용해줄 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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