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일슈퍼게임 MVP 김광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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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차라리 홀가분합니다.』 12일 막을 내린 프로야구 한일 슈퍼게임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힌 김광림(쌍방울)은 수상의 영광을누리기보다는 마치 커다란 짐을 벗어버린 표정이었다.
한국프로야구의 대표로 선발되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자신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 없었고,스스로도 한국 수위 타자의 명예에 먹칠할까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슈퍼게임 대표 외야수 선발이 잘못됐다』던 국내의 여론은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같아 늘 짐이 되곤 했다.
1차전엔 선발 라인업에 들지도 못했다.
그러나 부진했던 타자들 틈에 김광림은 단연 발군이었다.
16타수 9안타라는 타율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외야수비 역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쳐 한국프로야구 타자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일본 관계자들조차 점점 김광림의 타격에 매료돼 처음 장종훈(한화).김기태(쌍방울)등 거포들에게 몰리던 스포트라이트를 김광림에게 돌렸다.
도쿄신문의 야마시타기자는 『타격자세의 기본기가 좋아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할 몇타자 가운데 한명』이라며 김광림의 타격솜씨를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성실함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김광림은 대회기간중 일본 야구에 밝은 최일언 코치를 들볶았다.
자신이 경기에 출장하든 안하든 선수명단을 들고가 일본 투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했고 경기중 덕아웃에서 한시도 일본 불펜에서눈을 떼지 않았다.
최소한 91년 당시 수위타자로 인상적인 활약을 한 이정훈(삼성)만큼은 해야 일본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일념뿐이었다. 결국 6차전 4타수3안타를 포함해 무려 16타수9안타,0.
563이라는 높은 타율로 수위타자의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
커다란 짐을 벗은 김광림이 당장 하고 싶은 것은 잠시 야구를잊고 아내와 여행을 떠나는 것.하지만 소속팀 쌍방울이 제주도 합숙훈련중이어서 귀국하자마자 합숙에 참가해야 할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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