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만 '권장價' 실제는 바가지-가격표시재도 실상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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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공장에서 생산돼 나온 제품의 상표밑에 표기된 소위 「공장도가격」이란 것이 실제 유통업체가 구입하는 금액보다 대부분 비싸게매겨져 있다.그런가하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또 제조업체가 『이만큼 받는 것이 좋겠다』고 제품밑에 써넣은 「 권장소비자 가격」보다 훨씬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팔고있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밑지고 판다는 얘기일까.그럴리 없다.
한마디로 실제 거래가격보다 과장해서 가격표시를 한 결과일 뿐이다. 이와관련,한국소비자보호원은 13일 대한상의에서 「가격표시제도의 문제와 개선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현행 가격표시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공장도가격과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도는 정부가 소비자보호및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실시해오고 있는 제도다.그러나 소보원이 실태및 설문조사를실시한 결과 이처럼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경동산업의 로얄다이너스티 냄비는 제품에 표시된공장도가격이 3만5,420원이나 실제출고가는 2만7,748원에지나지 않는다.또 피어리스 아르보아 영양크림의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이 1만9,500원이나 소매점에 따라 1만 9,5 00원을다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9,200원을 받는 곳도 있는등 천차만별이다.
〈표참조〉 소비자도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제조업자,유통업자모두 부담스런 제도가 되고있다.
◇공장도가격=제조업자가 공장도가격을 제품밑에 표시해 유통업체에 넘기고 있으나 실제로 공장도가격 이하로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조사결과 공장도가격표시 의무품목 8개품목 16개제품중 5개품목 10개제품의 실제 출고가격이 공장도가격 이하였다.또 소비자들도 설문응답자의 91.1%가 소매점에서 공장도가격 이하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소매가가 공장도가 이하로 팔리는품목은 의류.가전제품.구두.가구.주방용품 등이다.
또 현행 제도상 공장도가격의 산정기준은 제조원가+판매비및 일반관리비+적정이윤+제세(諸稅)로 돼 있으나 상당수 제조업자는 이를 무시하고 임의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공장도가격을제조업자가 아닌 중간 또는 최종판매단계의 유통업 자가 표시하는기현상까지 있을 정도다.
◇권장소비자가격=표시된 권장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가 심해 소비자 불신이 크다.설문응답 소비자의 83.7%가 소매점들이 제값을 다 받으면서도 마치 싸게 파는 것처럼 강조하는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제조업자가 유통업자의 마진을 보장해주기 위해 높은 가격을 고의로 표시한다고 생각한다.조사대상 소매업자들은 권장소비자가격보다 지나치게 싸게 팔 경우 제조업자로부터 경고(41.0%)를 받거나 거래조건악화(10.9%),거래중단(17.0%),제품회수(2.6%)등의 제재까지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특히 의류.구두 등 유통체제를 갖는 품목은 권장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이 일치,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사실상 재판매(再販賣)가격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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