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런던은 아프리카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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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문화대륙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국왕립아카데미 주최로 지난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95」는 아프리카예술 전반에 걸친 최초의 본격 소개행사인 동시에 백인 문화우월주의에서 비롯된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벗겨주는 전기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예술이 없다.』최근까지 많은 영국의 문화전문가들은 원시성을 이유로 아프리카에 예술이란 칭호를 거부해왔다.그러나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현재 영국왕립아카데미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6000년전」에는 기원전 400 0년 고대 이집트에서 지난 세기에 이르는 아프리카의 진귀한 문화유산들이 전시돼 있다.지금으로부터 6000년전 나일강유역에서 발견된도자기,16세기 나이지리아에서 만들어진 청동여왕상,19세기 가나에서 발견된 아프리카 특유의 테라코타( 점토)상등은 예술성에서 손색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서구를 능가한다는 평까지 나오고있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였지만 유럽은 아프리카의 문화식민지였다.』한 전문가의 지적대로 주술성과 조야성 때문에 예술로서 냉대를 받은 아프리카의 조각이나 가면등이 피카소.모딜리아니등 서구아방가르드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아프리카 문화재는 고대 이집트.기독교 로마.이슬람문명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특유의 노크문화(기원전 1000년 사하라 이남에서 일어난 문화)와 베닌문화(13~16세기)의 특징을 시대별로 간직하고 있어 아프리카의 문화사가 유럽보다 길고 화려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왔다.』아프리카 6000년전을 관람한 한 현지 언론인은 충격적인 결론을 내리기까지 했다.
「아프리카 95」행사중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재런던의 화이트채플 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7개국 현대미술전」.우간다.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에티오피아.나이지리아.수단.세네갈의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중심이 된 이 전시회는 아프리카의 현대회화가 머지않아 파리수준에 육박할 것임을 보여주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토속적 색채에서 탈피,서구의 기법을 과감히 수용한아프리카 7개국 화가들은 내용에선 서구문명의 무모한 침투와 인종차별정책을 고발하는 저항정신을 담고있다.
특히 남아공의 삼 느흘렌게트와의 『스티브 비코의 죽음』은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하나『네그리튜드(검은 것이 아름답다)』로 대변되는 흑인민족주의는 아프리카문학의 기본줄기를 이뤄왔다.네이딘 고디머(남아공)와 월 소잉카(나이지리아)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국제적으로 「수준」을 인정받은 아프리카문학은 최근 자유화 와 달라진 정치환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 95」의 문학포럼에는 세네갈의 마리아미바와 아미나타 소우팔등 여성작가들의 작품이 집중 소개돼 언어장벽이 없는 아프리카 작가들이 머지않아 페미니즘문학에서도 세계무대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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