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체결되면 GDP 최고 3.2%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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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본 궤도에 들어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를 적극 검토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중 FTA는 중국 정부가 조속한 체결을 희망해 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5월 말께 나올 산·관·학 공동연구를 토대로 협상 개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다”며 한걸음 물러서 있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의 이날 합의로 한·중 FTA 논의는 한층 구체성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는 규모와 효과에서 한·미 FTA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우리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819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2.1%에 달한다. 또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도 630억 달러(전체 수입의 17.7%)나 된다. 게다가 중국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붙어 있다. 양국의 비교 우위 분야도 확연하게 갈린다. 이 때문에 장점에도 불구하고 타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총론엔 찬성=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무역을 하는 390개 업체 가운데 74.6%가 한·중 FTA를 찬성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수도권의 3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64.3%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FTA로 한·중 FTA를 꼽았다.

KOTRA가 지난해 4월 178개 중국 기업을 조사한 결과, 93.8%가 한·중 FTA를 지지한다고 응답해 양국 업계는 빠른 FTA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로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국도 동북아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44~3.17%, 중국의 GDP는 0.4~0.5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FTA로 인해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산업별 득실 엇갈려=수혜 산업과 피해 산업이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특히 자동차·세탁기·냉장고·디지털 TV 등 중국의 관세율이 높은 최종재 분야는 우리 업체들이 상당한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농수산업 분야다. 세계 최대 농업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산·관·학 공동연구에 따르면 한·중 FTA로 쌀을 제외한 전 품목에 대한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되면 2020년 기준 농업생산액은 2005년 수준의 약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심한 협상 필요=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중국과의 교역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한·중 FTA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면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중국과의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KIEP 지만수 중국팀장은 “협상 이전부터 중국 측에 농림수산 분야의 민감성을 충분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측면보다 동북아의 주도권 확보를 노리는 중국의 의도에 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은 관세가 높고 국내 산업과 겹치는 부분이 적어 우리가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협상”이라며 “처음부터 낮은 단계의 FTA를 논의하지 말고 양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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