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세태반영 광고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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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소기업들이 「비자금 사건」에 편승한 문구를 동원해 잇따라 파격적인 광고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그동안 중소기업 광고는제품 성능등의 소개에 치우쳐 밋밋한 내용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의 광고엔 상품안내는 뒤로 밀려나는 대신 세태 반영 문구들이앞다퉈 등장하고 있다.자극적인 문구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는것이다. 무명 정수기 판매회사 ㈜퓨어코리아는 지난 7일 일간지5단 컬러광고에 「비자금 폭로」라는 메인 카피(주제)로 소비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그런 다음 알려야할 정수기 제품 소개는 작은 글씨로 처리해버린 것. 이 회사는 이 문구 선정배경에 대해 『국내가 온통 비자금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에 착안했다』며 『평소의 광고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비자금사건과 관련해 그룹총수들이 잇따라 조사 받는 대기업들을은근히 꼬집는 광고도 나왔다.
어린이 교육전문지 발행업체인 대교는 5단 인력채용 광고에서 「다행입니다.이런 회사가 있다는 것」이라는 메인카피 아래 「많은 기업들이 덩치 키우기에 전념하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요즘」이란 설명을 붙였다.정경유착을 통해 하루아침에 사세를 키우는 기업들을 겨냥하면서 깨끗한 기업이미지를 부각시킨것이다. 지난달부터 방송에 들어간 문화예술 케이블TV 「A&C37」은 검은 커넥션을 비웃기라도 하듯 「맑은 방송,맑은 세상」이라는 주제의 광고를 일간지에 실었다.
한편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비쳐져 곤욕을 치른 나산등 일부 중견그룹들은 그룹 이미지 광고를 통해 건실하게 성장한 기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나산은 최고경영진 공채광고에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더 많은 일을 시작합니다」라는 문 구를 활용해흔들리지 않는 기업분위기를 알렸다.
신원.신호그룹은 각각 「믿음으로 열어가는 기업」「21세기 비전을 제시합니다」라는 주제의 광고로 시중의 소문을 불식시키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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