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논술] 새로운 사실을 배경 지식과 결합해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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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열려라! 공부’가 기획한 ‘열려라! 논술’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들이 평가하려는 논술능력을 유형별로 기를 수 있도록 마련한 면입니다. 교과서 하나로 논술과 수능을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입 지도 경험이 풍부한 현직 교사들이 교과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게재 순서> 1. 이해·분석하기 2. 요약형 논술 3. 비교와 대조형 논술 4. 추론 下 추론의 확장 및 적용 5. 비판형 논술

<집필> ▶강혜원 중동고(도덕·윤리) ▶김광원 정의여고(국어) ▶이만석 청량고(국어) ▶정규희 용화여고(사회·경제) ▶최윤정 여의도고(영어) (가나다순)

STEP 1 오늘의 논술 들어가기

우리가 사는 지구는 얼마나 클까? 둥근 지구의 둘레를 알면 크기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지구의 둘레는 어떻게 잴 수 있을까?

2000년 전, 그리스 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책을 읽다가 시에네 마을에서는 하짓날 정오가 되면 햇빛이 우물의 깊은 속까지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이 마을 하짓날 정오의 해는 바로 머리 위에서 수직으로 비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 새로운 사실을 자신이 알고 있던 전제조건에 대입하자 지구의 둘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우선, 새로운 사실은 태양 광선은 지구에 평행하게 입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구가 완전한 구형이라면, 동일 경도상에 위치한 다른 두 지점에서 햇빛의 입사각을 측정해 두 지점 사이의 거리에 대한 지구의 중심각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하짓날 정오에 시에네에서 약 925㎞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에서 땅에 수직으로 막대를 세워 막대와 그림자의 끝이 이루는 각의 크기를 쟀더니 약 7°12′이 됐다.(태양 광선은 평행하므로 햇빛의 입사각과 지구의 중심각은 동위각이다.)

따라서 지구 둘레를 x(㎞)라고 하면, x(㎞)×7°12′/360°=925(㎞)의 관계가 성립한다. 이 식을 풀면 x=46250(㎞)가 된다. 이 값은 오늘날 측정값인 약 40008(㎞)에 가까운 값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에라토스테네스가 자신의 배경지식을 전제로 새로 알게 된 사실과 결부시켜 새로운 주장을 추론해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추론은 논술의 단골 출제 유형으로 꼽힌다. 논술이 올바른 전제와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주장의 제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새로운 주장을 만들어 상대방이 그 주장을 수용하게 만드는 데 추론이 필수적이다.



STEP 2 교과서 열어보기

▶ 문제 : 다음 글을 읽고 연상녀(女)-연하남(男) 부부가 증가하는 이유를 추론하시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98년 결혼한 초혼 부부 30만6853쌍 중 아내가 연상인 경우는 9.2%로 1993년의 8.3%에 비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런 현상을 ‘드메 신드롬’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19세기 초 프랑스 어느 마을에서 연상의 여자들과만 연애를 했다는 청년 ‘드메’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가부장제에 억눌렸던 여성들의 지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또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남녀관이나, 민주화의 진행에 따라 사고방식이 개방적이 되어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한편으론 이는 경쟁이 점점 심해지는 사회에서 남성들이 하루빨리 안정된 보금자리를 마련하려 하고, 여성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결혼 연령을 늦추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혹자는 과잉보호로 자란 남성들, 일명 ‘마마보이’들이 힘든 사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모성회귀 본능에 따라 연상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고교 사회문화(천재교육)>


▶ 논제 분석

1단계 :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증가하는지 확인한다.

2단계 : 남성이 연상을, 여성이 연하를 선호하는 이유를 제시문에서 확인한다.

3단계 : 사회적·경제적 이유와 연상녀-연하남 부부의 관계를 연결시킨다.

▶ 제시문 해설 : 제시문을 바탕으로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증가하는 이유를 추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여유. 남성이 군 전역 후 취직하고 사회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일찍 경제적 안정을 누리길 원한다. 반면 여성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하므로 남성보다 빨리 경제적으로 안정돼 결혼의 필요성을 낮게 느끼게 된다. 둘째, 사회의 변화에 따른 의식 변화. 개방적 사고방식이 확산되면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있다. 셋째, 여성의 지위 향상.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녀평등관이 확산되면서 연상남-연하녀 커플처럼 연상녀-연하남 커플도 평등한 관계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넷째, 정서적 안정. 양육하는 자녀의 수가 줄면서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마마보이형’ 남성들이 연상의 여성에게서 모성회귀 본능과 안정감을 얻으려 한다.

▶ 예시 답안

최근 우리 사회엔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드메 신드롬’이라고 하는 이 현상은 가부장제에서 억눌렸던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드메 신드롬은 안정된 보금자리를 빨리 마련하려는 남성들과, 사회적 진출과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해 결혼 연령을 늦추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나타났다.

이 현상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성의 고급 인력 활용과 지위 향상에 기여하고, 실질적인 남녀평등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또 드메 신드롬은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남성들이 힘든 사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모성회귀 본능에 따라 연상의 여자를 원하기 때문에 나타났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반대로 사회에 부적응한 남성들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며 한편으론 여성만이 갖고 있는 강한 보호 본능 및 위로 능력이 잘 드러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연상녀-연하남의 현상은 결국 경제적 문제, 의식의 변화, 여성의 지위 향상, 남성들의 정서적 안정 추구 등의 이유로 나타났으며,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더 확대될 것이다.


STEP 3 기출문제 다시 보기

▶ 그림의 대화를 통해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2007학년도 수능>

<보기>

ㄱ. 위 작품의 진품 공급 곡선은 수직이다.

ㄴ. 위 작품의 진품 가격은 희소성과 관련이 있다.

ㄷ. 위 작품의 진품 소유자는 진품의 공급을 독점하고 있다.

ㄹ. 모방한 작품의 가격이 낮은 이유는 수요 곡선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① ㄱ, ㄴ     ② ㄴ, ㄷ    ③ ㄷ, ㄹ

④ ㄱ, ㄴ, ㄷ   ⑤ ㄴ, ㄷ, ㄹ

▶ 해설 : 골동품은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완전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진품 작품의 공급 곡선은 수직이며(ㄱ), 가격이 높은 이유도 희소성이 크기 때문이다(ㄴ). 골동품의 공급은 작품 소유자가 독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ㄷ). 따라서 모방한 작품의 가격이 낮은 이유는 희소성이 낮기 때문이다(ㄹ).

주의할 점은 ‘가격’과 ‘양’의 결정은 수요-공급 곡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수요-공급 곡선의 근거 없이 ‘가격’이나 ‘양’을 추론해서는 안 된다.

<답:④>



STEP 4 실전 응용하기

▶ 자연 상태를 통해 알 수 있는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추론하시오.

자연은 인간을 신체적·정신적 기능에 있어 평등하게 만들었다. 이런 자연의 평등으로부터 같은 목적을 얻으려는 똑같은 희망이 생기게 된다. 두 사람은 모두 동일한 대상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양이 충분하지 못해) 서로 만족할 수 없을 때 적이 된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위협할 어떤 힘도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볼 때까지 힘과 의지를 통해 가능한 모든 사람을 지배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는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정된다. 사람의 욕구나 정념(情念)들은 그 자체로 죄악이 아니다. 이런 정념들에서 나오는 행동은 법이 이를 금지했다는 걸 알 때까지 죄악이 아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은 전쟁 상태나 그런 시대가 전 세계에 걸쳐 없었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상태로 사는 지역이 많다. 두려워할 공동의 권력이 없는 곳에서의 삶의 양식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엔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조차도 이런 삶의 양식에 의해 쉽게 시민전쟁으로 빠져든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는 불의(不義)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 같은 개념들은 전쟁에서 설 자리가 없다. 공동의 권력이 없는 곳에서는 법이 없으며, 법이 없는 곳엔 부정의도 없다. 전쟁 상태에서는 소유권도, 지배권도 없으며, 내 것과 네 것의 구분이 없다. 평화를 추구하려는 정념은 죽음에 대한 공포며, 이성은 유용한 평화의 조항들을 제안한다. 이 조항들을 ‘자연법’이라 부른다.

홉스 『리바이어던』 중 ‘인간의 자연적인 조건에 관하여’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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