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재계 조사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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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의 재벌 총수에 대한 소환 조사가 매듭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4일 정태수(鄭泰守)한보 총회장 이후 일요일인 12일까지 모두 30여명이 조사받았거나 받게 된다.아직 귀국하지 않은대기업 회장및 일부 중견기업등이 더 조사 받을 것으로 보여 다음주에도 이같은 「기업인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 기는 하지만 핵심 조사는 12일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일단 「비자금 제공」부분에 대해서는 각총수들에게 모두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계좌추적▶이현우(李賢雨)씨등의 진술▶과거의 조사등을 통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해놓았으며이를 바탕으로 『언제,얼마를,어떻게 마련해 어떤 방법으로,무슨명목으로,몇 차례에 걸쳐 주었는지』를 구체적으 로 물었다는 것. 이중 금액에 관해서는 대부분 총수들이 선선히 내용을 밝혀 덩치 큰 일부 기업들은 수백억원씩,작은 그룹들도 수십억원씩은 준 것으로 나타났다는 후문.
이에따라 지금까지의 조사에서만 3,000억~4,000억원 가량의 비자금 제공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전해져 盧씨가 재임기간중조성했다는 이른바 5,000억원의 통치자금 규명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조사 항목에서는 검찰과 총수들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자금 제공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많았고 일부 그룹은 조사 도중 보충 자료가 그룹에서 심지어 지방공장에서까지 팩스등으로 건네지면서 조사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특히 「명목」부분에서 검찰은 이권.특혜등의 반대급부로 제공한뇌물인지 집중 추궁했고 총수들은 『절대 아니다』는 식으로 완강히 부인했다는 것.
검찰은 이에따라 뇌물성 여부에 대해서는 총수들의 진술보다 주변 정황(제공시기와 국책사업을 따낸 시점의 일치 여부등)을 통해 규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盧씨를 제외한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비자금 제공여부도 질문받았을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자금 제공 외에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서는 일부 그룹만 선별적으로 질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보그룹은 盧씨 비자금의 실명전환과 관련돼 집중 조사받았으며,최장시간 소환조사(50시간)를 기록한 신명수(申明秀)동방유량회장은 부동산 대리매입 의혹및 증권사 설립과 관련,盧씨의 지원여부등을 중점 조사받아야 했다.
주요 그룹중 후 순위로 11일 조사받은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도 태평양증권 인수자금 출처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등 盧씨와 사돈관계인 총수들은 더욱 곤욕을 치러야했다.
한편 ▶조사도중 식사는 입맛에 따라 주문해주고,휴식.수면등도원하는대로 허용했으며▶사전에 조사 내용도 어느정도 통보해주는등예우는 깍듯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2차 조사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통보를 받지 않았으며 일부는 재소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면적인 2차 조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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