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주부 삼풍관련 詩로 등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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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냥 지나가 다오/이상기류라든가 열대성 저기압이 몰려오는/눈먼 바다의 몸부림… (중략)…날개를 달고 날고 싶다/티끌로 남아 떠돌 목숨 위해…』 서초구 주부들의 글모임인 「시사랑 동호회」에서 글솜씨를 갈고닦은 김수현(金秀賢.42. 서초구서초3동)씨가 삼풍사고를 노래한 시(詩)로 현대불교문학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화제.
『자주 찾던 삼풍의 냉면집과 빵집,장난감가게등에서 만나던 직원들이 생각나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지요.게다가 교대에 모인 희생자가족들과 이웃하고 지낸 것이 삼풍백화점과 관련한 시를쓴 동기입니다.』 지난해부터 시사랑 모임등을 통해 시를 배우기시작한 金씨는 남편의 권유로 시사랑모임에 들어간 후 본격적인 시작생활에 발을 디딘 계기가 됐다.
이번 당선작은 삼풍사고가 한달쯤 지나 사고수습이 한창일 때 쓴 『입추(立秋)』.
그날 교대옆을 지나다 희생자가족들의 울부짓는 모습을 보고난후쓴 시다.
이 시에서 金씨는 삼풍사고를 이상기류와 열대성 저기압으로 비유해 당시 겪었던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날개를 달고 날고싶다는 표현으로 떠돌아다니고 있는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매주 한차례씩 서초구민회관 음악감상실에서 디스크자키 활동도 겸하고 있는 金씨는 『지금은 시 쓰는 것이 일과중 가장 즐거운 일』이라며 『늦게 시작한 글쓰기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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