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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리스트' 정치권.운동권 파장클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남파간첩 김동식과 만난 국내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치권.재야 운동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서울경찰청이최근 30대 운동권의 기수였던 허인회(許仁會)씨등 4명을 북한간첩과 접촉하고도 이를 당국에 알리지 않은 혐 의로 전격 구속함에 따라 또다른 접촉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 수사결과 지난달 24일 부여에서 생포된 간첩 김동식(본명 이승철.33)은 노동당 사회문화부 소속 공작원으로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미 10여년 전부터 여러차례 국내를 드나들며 활동을 벌여온 거물급 간첩인데다 국내 인사 상 당수와 활발한 접촉을 가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식은 북한 억양이 담기지 않은 서울말씨를 능숙하게 쓰는데다 웬만한 영어까지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여서 북한에서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텔리 간첩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김동식은 국내 잠입 4시간만에 택시와 여객선을 이용해 움직이는 대담성을 보인데다 남대문 상가 일대에서 달러를환전하는등 국내 사정에도 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식은 체포당시 거짓진술하는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으나 최근심경을 바꿔 그동안의 행적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동식이 자신이 접촉한 인사들의 이름과 만난 장소.시간.대화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해 놓은 수첩을 소지하고 있어 그동안 상당수의 인사들을 접촉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수년전부터 암약해온데다 「말」「길」지등 국내 월간지등을 통해 운동권 인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수해 포섭하려 했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이들이 접촉한 사람이 상당수에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이 부분에 대해 안기부와 함께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때문에 총선을 앞둔 일부 야당인사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경찰채널을 통해 관련여부를 확인하려는 소동마저 일고 있다.
정치권.재야 운동권에서는 『간첩의 진술만을 토대로 일대 검거선풍에 나서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김동식 리스트」로 불리는 수첩에 기록된 인사가 누구냐를 둘러싸고 제2의 이선실 파문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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